서울시의 ‘청년수당’, 경기도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보장사업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복지·일자리 사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일부 지자체의 갈등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사회보장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복지 사업의 신설·변경 협의를 내실화하고 사후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이 회의에 참석했다.
복지부가 ‘위상 강화’ ‘내실화’ 등 격조 있는 표현을 썼지만 일부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년부터 저소득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매달 50만원씩 최대 6개월까지 청년수당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지난 5일 발표했다.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도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계획에 이어 지역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복지부는 지자체의 이런 복지사업이 기존의 사회보장사업과 중복되거나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시선도 곱지 않아 보인다. 회의에서 일부 사회보장위원은 박 시장이 추진하는 청년수당에 대해 “위원회와 협의·조정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전했다. 사회보장기본법에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때 사회보장위원회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보장위원회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지자체의 독자적 복지사업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강행할 때 강제로 막을 수단이 없어 정부의 ‘선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그런 지자체에 대해 지방교부금을 깎을 수 있도록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 중이다.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방교부금 삭감을 감수하고도 자체 복지사업을 강행하면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지급은 일자리 사업이어서 복지부와 협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중앙·지방정부 간 복지사업 갈등의 본질을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현 정권의 견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정부, 지자체 복지사업 적극 개입한다
입력 2015-11-11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