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새만금에 땅을 사 공장 건설을 시작한 A사는 시작부터 애로를 겪었다. 보통 기업들은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아 공장을 짓기 시작한다. 하지만 A사는 정식 주소가 없어 은행에 등기부등본을 제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토지 담보 설정을 할 수 없었다. 또 주소가 없다보니 각종 인허가를 신청할 때 담당 지방자치단체를 찾는 것도 어려웠고, 전산 입력도 쉽지 않았다.
정부가 국제무역 중심지를 표방한 새만금에 입주한 기업들이 뒤처진 행정제도 때문에 정식 주소를 받지 못해 사업자금 대출, 투자 유치, 각종 인허가 신청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에 한시적으로 주소를 부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관 부처인 행정자치부는 꿈쩍도 안 하고 있다.
새만금이 정식 주소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현행 지방자치법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공유수면을 매립할 경우 매립이 완료된 뒤 지방자치단체가 행정구역을 설정하고 지적 등록을 할 수 있다. A사가 입주해 있는 산업연구용지의 경우 2017년에나 매립이 완료된다.
여기에 새만금에 접해 있는 지자체 간 갈등도 입주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은 ‘세금밭’인 새만금 관할권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여 왔다. 지난달 행자부의 중앙분쟁조정위원회(중분위)가 1, 2방조제에 대해 관할권 조정을 완료했지만 지자체가 불복할 경우 다시 대법원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언제 주소 부여가 완료될지 요원한 상황이다.
피해는 입주 기업에 고스란히 돌아온다. 현재 새만금에 입주해 있는 6개 기업은 법적으로 바다에 떠 있는 공장과 다를 바 없다. 등기부등본이 없는 채로 은행을 방문하면 대출 신청도 쉽지 않고, 대출 액수에서도 손해를 본다. 주소 없는 유령 기업으로 보일 수 있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외국인 투자 유치도 어렵다. 법인 명의로 각종 전산 신청을 할 때에도 주소를 입력할 수 없어 번거롭다.
첨단 항만인 인천신항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 남동구와 연수구가 관할권 다툼을 벌이면서 인천신항은 지난 6월 개장 이후 지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소지가 없는 항만’으로 전락하면서 부동산 담보 제공을 할 수 없는 등 불편함을 겪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5월 의원입법 형태로 정식 지적 등록 전까지 한시적으로 새만금에 주소를 부여하는 내용의 ‘새만금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행자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순기 행자부 자치제도과장은 “당시는 중분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반대했고, 현재는 중분위 결정이 완료된 상황이라 곧 주소 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만금개발청 최재원 창조행정담당관은 “새만금 산업연구용지 관할권은 여전히 조정되지 않은데다 지자체 이해관계가 걸린 구역의 경우 법적 공방이 되풀이될 수 있어 주소 지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세종=윤성민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기획] 국제무역 중심지로 키우겠다면서 ‘주소’ 없는 새만금… 입주기업 피해
입력 2015-11-12 04:13 수정 2015-11-12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