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수소차, 어디까지 왔니… 기술 개발·생산 현주소는

입력 2015-11-13 04:01


이상적인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연료전지차(FCV·수소차)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기차(EV)에 비해 확산속도가 느리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지만,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소차 기술 개발과 생산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시속 140㎞로 달렸다. 물만 나왔다=수소차는 현재까지 등장한 가장 진화한 친환경차다. 전기차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제로인데다, 충전이 쉽고, 주행거리도 400㎞ 이상으로 일반 자동차와 차이가 없다. 수소차가 달리면서 배출하는 것은 물 뿐이다. 배기가스도, 분진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일본 시즈오카현에 자리 잡은 자동차경주 대회장인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도요타 미라이를 시승했다. 수소차는 수소를 물로 합성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수소차 운전 느낌은 전기차와 비슷했다. 시동을 걸고 저속 주행에서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급 휘발유차나 디젤차 정도의 가속능력은 없었지만, 140㎞까지는 무난하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주행성능이나 코너링도 부드러웠다. 트랙을 두 바퀴 돌고 멈춘 다음 핸들 옆 ‘H20 버튼’을 누르자, 자동차 뒷부분 배기구에서는 주행 동안 연료전지 스택 안에서 합성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수소차의 난제, 인프라와 기술=한국자동차연구소에 따르면 디젤차 100만대를 수소차로 대체하면 연간 1조5000억원의 원유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한다. 수소차 100만대는 1GW 원전 10기(건설비용 30조원) 발전량의 에너지원과 맞먹는다. 수소차에서 생산된 전기를 일종의 소형 발전기처럼 활용할 수 있다. 수소차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정에 공급할 수도 있다. 현재의 기술로도 비상상황에서 수소차를 발전기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하이브리드차(HV)나 전기차에 비해 대중화 발걸음이 더디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수소충전소와 수소 운송 등 인프라 부족 문제와 연료전지 양산화 기술과 같은 제작상의 어려움이다.

소비자가 수소차를 마음 놓고 구입하려면 수소를 저장하고 충전해주는 수소충전소가 있어야 한다. 수소충전소 1개를 설치하는데 30억∼40억원이 필요하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연구용을 합쳐도 15곳에 불과하며, 실제로 가동 중인 곳은 10곳 미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고객이 수소차를 구매하기도 불가능하고, 구매하더라도 연료를 넣을 수 없다.

양산이 쉽지 않다는 기술적 문제도 있다. 수소차 제작의 핵심 기술은 수소를 공기와 섞어 물로 합성해 전기가 만들어지는 ‘연료전지 스택(Stack)’이다. 연료전지 스택 안에는 1.3㎜ 두께의 판이 370개가 촘촘히 배열돼 있다. 여기에서 수소 합성이 일어난다. 그런데 1.3㎜ 판 안에는 다시 0.2㎜ 두께의 판 3장이 들어가 있다. 결국 0.2㎜ 두께의 판 1110개가 촘촘히 나열돼 있고, 이런 판들이 제대로 작동해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리다. 도요타 미라이 개발책임자인 요시카주 다나카씨는 “정밀한 가공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며 “기술 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총으로 쏴도 폭발하지 않는다”=수소차에 대한 가장 큰 일반적인 두려움은 폭발 가능성이다. 공기보다 가벼운 수소를 자동차에 저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기 압력보다 700배가 높은 압력(700기압)을 견디는 수소탱크가 필요하다. ‘수소탱크가 사고로 터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은 수소차 개발 초기부터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현실에서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답하고 있다. 도요타 수소차 미라이 개발 연구원 아사이 히사오씨는 ‘테러리스트가 미국 대통령이 탄 수소차의 수소탱크를 저격했다고 가정할 경우, 수소차는 폭탄처럼 폭발 하는가’라는 질문에 “폭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수소탱크를 불 속에 집어넣고 총을 쏴도 폭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총알이 탱크에 구멍을 내면, 탱크 안에 압축돼 있던 공기보다 가벼운 수소는 순식간에 대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수소가 폭발하는 대기 중 농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극히 어려우며, 자동차 충돌사고로 수소탱크가 폭발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수소차 확산을 위한 친구”=수소차 양산은 한국이 빨랐지만, 수소차 확산은 일본이 앞선다. 현대차는 2013년 2월 세계 최초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10월말 현재까지 투싼ix 수소차는 국내·외를 합쳐 400대도 판매되지 못했다. 반면 지난해 말 미라이 양산을 시작한 도요타는 올해 안에 700대를 판매하고, 2017년까지 판매량을 3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경쟁관계지만 현대차와 도요타 수소차 관계자들은 서로를 비판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다. 당분간 서로 협력해야 할 관계라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다나카씨는 “현대차가 1년 정도 빨리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도요타와 현대차는 수소차의 확산을 위한 친구이지 경쟁 상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소차는 자동차업체 간 공동개발이 많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와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2008년 공동출자회사를 세워 수소차 공동 개발을 나섰고, 지난해에는 르노 닛산까지 참여했다. 다임러 등은 2017년 본격적인 수소차를 출시한다. 도요타는 올해 초 수소차 저변 확대를 위해 5680건의 연료전지 관련 세계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했다. 현대차도 지난달 미국 에너지부와 미국 내 수소차 실증사업 확대와 관련해 인프라 구축 등 수소차 대중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혼다는 지난달 28일 도쿄모터쇼에서 1회 충전으로 700㎞를 달리는 ‘클래러티(Clarity)’라는 이름의 수소차를 공개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일본 정부는 ‘수소사회’ 로드맵을 발표하고 각종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수소충전소를 2015년 100기, 2025년 1000기, 2030년 3000기를 설치키로 했다. 충전소 1개당 최대 2억8000만엔(26억2376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올해 수소차 보조금으로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400억엔(3748억원)을 책정했다.

우리 정부는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를 200기 보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책정된 예산이 없다. 정부의 지난해 수소차 보급 관련 예산은 34억8000만원에 불과했고, 내년 예산은 34억5300만원으로 줄었다. 수소충전소 1개를 지을 금액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2020년까지 수소충전소를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독일은 시범 프로젝트 차원에서 120대의 수소차를 운행하고 있고, 2017∼2018년 다임러 등의 수소차 출시에 맞춰 수소충전소를 70∼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11일 “수소차가 없으니 수소충전소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고 안전거리, 건설장소 규제, 수소충전소 표준모델 부재 등 각종 규제도 상당하다”며 “개별 자동차회사가 감당하기는 불가능한 수준이며,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