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태’ 새 국면… 남자 직원 거짓말, 왜? 배후 있었나

입력 2015-11-11 20:58

그는 왜 거짓말을 한 것일까. 경찰은 박현정(53·여)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남자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을 거짓말로 결론지었다. 성추행 의혹은 박 전 대표를 물러나게 만든 치명타 중 하나였다.

아직 경찰의 도마에는 시향 직원들이 주장한 박 전 대표의 막말과 인사전횡 사례가 남아 있다. 모두 또는 상당수가 거짓으로 확인되면 경찰은 ‘배후’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시선은 박 전 대표와 갈등을 빚은 정명훈 예술감독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경찰은 최근 정 감독의 여비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한 서울시향 직원 곽모(39)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9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여부는 12일 결정된다.

곽씨는 2013년 9월 서울시향과 예술의전당 직원들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넥타이를 잡아당긴 뒤 손으로 주요 부위를 더듬으려 했다는 내용의 거짓 투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박 전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곽씨는 혐의를 계속 부인하지만 그의 피해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성추행 장면을 봤다는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증거를 못 찾은 게 아니라 거짓말이라고 판단했다”고 11일 전했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경찰서는 곽씨 등이 주장한 박 전 대표의 성추행 등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었다.

곽씨를 포함한 서울시향 직원 17명은 지난해 12월 초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대표이사의 인권 유린, 인사전횡, 고의적 업무방기 등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투서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평소 직원들에게 성희롱과 막말을 일삼고 ‘낙하산 인사’를 벌였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같은 달 사임한 박 전 대표는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경찰에 진정을 냈다. 정 감독의 횡령 혐의도 조사 중인 경찰은 올해 3∼4월 두 차례 서울시향을 압수수색했다. 곽씨와 정 감독의 여비서 백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나머지 투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투서 작성·배포에 핵심 역할을 한 백씨의 사정으로 수사 속도를 늦춘 상태였다. 이달 중 그를 상대로 막말과 인사전횡 주장이 사실인지, 투서는 왜 어떻게 작성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