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 친구 250명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충격에서 벗어나진 못했어도 대입의 첫 관문 앞에 꿋꿋이 섰다. 마침 이날 이준석(70) 세월호 선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 퇴선 지시 없이 배에서 빠져나온 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지가 쟁점이다.
3학년 수험생이 된 단원고 생존학생은 모두 75명이다.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번 수능에 응시한다. 사고 후 학급 4곳에 편성된 생존학생들은 병원과 학교를 오가며 공부해 왔다. 먼저 간 친구와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끔찍했던 기억을 딛고 수능을 준비했다. 생존학생 아버지 장동원(46)씨는 “우리 애는 요리사를 꿈꿨었는데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사람이 되겠다며 이번에 응급구조학과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유족들도 응원하고 있다. 홍영미 4·16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은 “희생된 아이들은 시험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겼지만 하늘에서라도 수험생이 된 친구들을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한창 시험을 치르는 오후 2시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준석씨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한다. 이씨는 승객 등 300여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쟁점은 이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다. 1심은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높였다. 이씨에게 살인 혐의가 인정되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는 첫 대법 판결이 된다.
한편 수능 출제 당국은 수능일을 앞두고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잇따라 ‘대형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4학년도 수능에서 세계지리, 2015학년도에는 영어와 생명과학Ⅱ에서 출제 오류를 범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조직 전체가 압박감에 짓눌린 모습”이라며 “실추된 이미지를 올해 회복하고 싶은데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라며 말을 아꼈다. 교육부도 “3년 연속 오류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들, 대입 관문 앞에 꿋꿋이 섰다… 11월 12일 수능 대부분이 치러
입력 2015-11-11 20:58 수정 2015-11-11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