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안홍철(사진) 당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프랑스 파리 포시즌호텔을 방문했다. 이 호텔 체인의 A대표에게 포트폴리오 지분 투자를 제안한 상태였다. 안 사장은 690유로(약 86만원)를 내고 슈퍼리어룸을 예약했는데, 호텔 측은 2011년 CNN 선정 최고가 스위트룸 11위에 오른 로열스위트룸으로 무료 업그레이드해줬다.
과도한 편의 수수를 금지한 내부규정 위반인 데다 투자결정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거절해야 했지만, 안 사장은 하룻밤 묵는 데 2100만원이나 하는 이 호텔방을 그냥 사용했다. 그리고 이튿날 그는 이 호텔과 기밀유지협약서(NDA)를 체결하고 공식 투자절차를 개시했다.
지난 5월에도 ‘아시아 부동산 시장동향 및 투자환경 파악’ 등을 이유로 홍콩을 방문한 그는 출장 계획과 달리 투자검토 대상이 운영하는 호텔에 묵었다. 26만원의 숙박비만 내고는 1박에 1469만원에 달하는 프레지덴셜스위트룸을 이용했다. 다음 달 KIC는 이 호텔 체인에 대한 4억8000만 달러짜리 투자를 결정했다.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지난 6일 돌연 사퇴한 안 전 사장이 과도한 접대와 더불어 투자·자산운용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온 사실이 11일 감사원 감사 결과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5월 위탁자산운용규정을 개정해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사회 소관이었던 주요 심의·의결사항을 이 위원회로 이관했다. KIC는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운영해 왔지만 이후 유명무실화됐다.
절대수익펀드 신규 위탁운용사 선정과정에서 자신의 딸이 다니던 회사를 직접 방문해 설명을 듣거나 투자실무위원이 아님에도 이 회사가 후보자 명단에 포함된 투자실무위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결국 이 회사는 4개사 중 한 곳으로 최종 선정됐다. 투자실무위원이 아닌 데도 심의 결과나 회의록엔 서명하지 않은 채 1년여간 투자실무위원회에 참여해 실질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감사원은 안 전 사장의 비위를 적발하고 기획재정부에 엄중한 인사 조치를 권고하려 했지만 돌연 그가 사퇴하면서 비위 사실만 통보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돌연 사퇴 안홍철 前 KIC사장, 佛호텔 투자체결 전날 2100만원짜리 방 86만원에 사용
입력 2015-11-11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