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집은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10대 청소년들이나 20대 청년들도 일을 하고 방을 얻는다. 그들이 구할 수 있는 일과 집은 사회가 정해놓은 최저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그 세계에선 말도 안 되는 갖가지 희한한 일들이 벌어진다.
“알바를 하는데 30분 지각했다고 임금이 5만원 깎였어요.”
“주급 더 줄 테니 애인이 되어 달라는 아저씨들의 더러운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들어야 해요.”
“부동산 가서 500(만원)에 25(만원)짜리 방 있냐고 하면 ‘아가씨, 그런 방이 어딨냐, 나가라’ 그러는 거죠.”
“집에 수도세가 5만원씩 나오는 거예요. 물을 아무리 많이 써도 그렇게 쓰겠어요? 집주인에게 누수가 있는 것 같으니까 탐지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더라고요.”
어른들의 탐욕과 제도의 허점 속에서 젊은이들의 일과 방은 방치돼 있다. 그 안에서 불평등과 불안을 숙명처럼 견디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위한 안내서가 나란히 출간됐다. 당신들에게도 노동권이 있고 주거권이란 게 있다, 고용주와 집주인에 당하지만 말고 맞서 자기 권리를 지켜라, 이렇게 격려한다.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철수와영희)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주업으로 하는, 모든 일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노동법을 소개한다. 청소년노동인권네크워크와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하는 공인노무사 이수정씨가 오랜 청소년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썼다.
책은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수당, 노동시간, 성희롱, 산업재해, 노동조합 등 일하는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10가지 주제를 다룬다. 사업주가 임금을 주기로 한 날 주지 않거나 현금 대신 피자나 치킨으로 주는 것은 임금 체불에 해당한다, 근로계약서 작성할 때 ‘실수하면 임금에서 깐다’고 정할 수 없다,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게 받아야 한다,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한다면 주휴수당을 꼭 챙겨라, 내 실수로 다쳤다고 내 돈으로 치료해야 되는 건 아니다 등 청소년들이 알바를 하면서 자주 직면하는 문제들을 놓고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떠돌이 세입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내가 살 집은 어디에 있을까?’(후마니타스)는 옥탑방이나 반지하방, 연립주택 같은 저렴한 방을 구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실용적인 정보를 담았다. 젊은 여성 세입자들과 함께 세입자 주거권 확보 운동을 펼쳐온 한국여성민우회가 그간의 논의를 모아 부동산과 집주인에 당하지 않는 셋방살이의 노하우를 제공한다.
책은 ‘하자보수는 누구 책임일까?’ ‘묵시적 갱신 이후 월세를 올려 달라 한다면?’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등 셋방살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꼼꼼하게 짚으면서 해결법을 알려준다. 또 국민임대주택,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등 떠돌이 세입자를 위한 제도들이나 공동주택 같은 대안적 움직임까지 소개한다.
“세입자는 삶의 안정감 같은 걸 경험할 수가 없다. 마치 비정규직 같은 느낌.” 어떤 여성 세입자가 한 말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젊은이들은 일자리에서는 알바로, 집 문제에서는 세입자로 살아가면서 비정규직의 불안을 이중으로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곧 졸업을 하고 비정규직의 세계로, 셋방의 세계로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옆에 두고 읽어볼 것을 권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어른들 갑질에 ‘당당한 乙’로 사는 법
입력 2015-11-12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