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 ‘물갈이론’이 확산되면서 치열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 의중)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너도나도 자신을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이라 주장하며 경선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 출신의 ‘출마 러시’에 곤혹스러운 비박(비박근혜)계에선 박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당연하고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물갈이론 차단을 위해서다.
박심을 내세운 새누리당의 경선 레이스는 물갈이론 진원지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시작으로 부산·경남(PK)을 거쳐 수도권까지 치고 올라갈 기세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부산에,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서울 서초갑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도 ‘박근혜 사람들’의 출마 선언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이 1차 총선용 개각을 통해 여의도로 복귀한 유기준·유일호 의원, 연말 복귀가 기정사실화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더불어 박근혜정부의 임기 후반을 뒷받침하게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연장선상이다. 이른바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친정 체제’ 굳히기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박심 마케팅’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PK 지역 한 의원은 11일 “문제는 박 대통령 발언이 아니라 이를 ‘끼워팔기’ 식으로 자기 선거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진짜 박심’은 확인할 길이 없는 만큼 ‘묻지마’ 식 선거전략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에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던 지역에 박심을 앞세운 인사가 출마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수도권 한 의원은 “대통령 완장을 차고 나온 후보 때문에 이번에 현역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가 벌써 우리 지역에 돌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수도권은 누구 이름을 팔아서 되는 지역이 아니다”고 했다.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총선 심판론’을 야당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 발언이 노동개혁 5대 법안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추궁이라는 의미에서 보조를 맞추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기국회가 3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이 하나도 처리되지 않았다”면서 야당의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공천 룰을 둘러싼 계파전이 또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박심을 등에 업고 전략공천 확대론에 힘을 주려는 친박(친박근혜)계를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병국 의원은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면 국회를 향한 불신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며 “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했다.
물갈이론이 증폭된 TK의 한 의원은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진실한 사람을 뽑아 달라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 아니냐”며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한 말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경택 권지혜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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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실한 사람”… 與너도나도 ‘朴心마케팅’
입력 2015-11-11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