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이 네 개 연속된 11월 11일 전 중국 대륙은 쇼핑으로 들썩였다.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를 맞아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은 전년 대비 매출이 급증했다.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사 및 주요 유통업체들도 광군제로 인한 효과를 톡톡히 보는 등 광군제가 중국을 벗어나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11일 광군제 행사를 시작한 지 72초 만에 매출 10억 위안을 돌파하고 12분 만에 100억 위안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후 매출도 파죽지세로 급증해 행사 시작 11시간50분 만에 지난해 하루 매출 571억 위안(약 10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45% 정도를 차지했던 모바일 구매 비중이 70%를 넘기며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중국 내 대표 쇼핑 행사로 입지를 굳힌 광군제는 숫자 1이 사람이 홀로 있는 모습처럼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 솔로를 의미하는 광군(光棍)에서 명칭을 따왔고 11일이 겹쳐 쌍11(雙11)로도 불린다. 1993년 난징대 학생들이 이날을 광군제로 부르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 당시 알리바바 타오바오몰(현재 텐마오)에서 프로모션을 시작하면서 온라인쇼핑 이벤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1월 11일이 10월 초 중국 국경절 연휴와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가운데 있고 동절기 소비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2009년 5000만 위안에 불과했던 광군제 매출은 이후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행사가 확대되면서 알리바바그룹 외에 징둥닷컴, 쑤닝 등 다른 온라인 쇼핑몰도 이날에 맞춰 할인 행사를 진행해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됐다. 올해의 경우 알리바바가 텐마오 광군제 할인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의 다른 쇼핑몰 참여를 제한하는 문제를 놓고 징둥닷컴과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광군제 매출 현황을 보여주는 대형 전광판을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베이징 베이징올림픽 수영경기장으로 옮겨 설치하는 등 경쟁에 대비했다. 베이징은 라이벌인 징둥닷컴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또 행사 전날인 10일 밤에는 중국 가수가 진행하는 콘서트와 영화 007시리즈의 주인공 다니엘 크레이그 등 해외 스타를 초청한 전야제 행사를 진행하며 공을 들였다.
광군제로 인해 국내 제조사 제품 및 유통사들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텐마오에 입점한 이니스프리의 경우 판매 30분 만에 지난해 하루 매출인 1000만 위안을 돌파했다. 1시간 만에 ‘노세범 파우더’ ‘그린티 미스트’ ‘롱웨어 쿠션’이 다 팔려나갔다. 에뛰드의 ‘드로잉 아이 브라우’ 제품 역시 준비했던 20만개가 넘는 물량이 오전에 품절되면서 급히 재고를 채워넣었다. 롯데닷컴이 운영하는 글로벌 롯데닷컴도 이날 오전까지 전년 대비 1500% 이상 신장한 1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中 휩쓴 ‘광군제’ 쇼핑 광풍… 12시간만에 매출 10조
입력 2015-11-12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