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시간이 없다] 연내 비준 못하면 1조5000억 날아간다

입력 2015-11-11 21:04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목표인 연내 한·중 FTA 발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회가 한·중 FTA 비준을 정치적 이슈와 연계하지 말고 순수한 국가경제적 이익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12월 발효와 내년 1월 발효 효과는 천지 차이=한·중 FTA는 발효 후 매년 관세를 낮추는 방식이다. 올해 안에 발효되면 발효일에 맞춰 1년차 관세 철폐가 이뤄지고 내년 1월 1일에 다시 2차 관세 철폐가 가능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1일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면 대중 수출시장에서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아무리 늦어도 오는 26일까지는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쟁으로 국회가 파행되면서 덩달아 한·중 FTA 비준안도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0일 양국 정상이 한·중 FTA 체결을 공식 선언한 뒤 최종 협상은 빠르게 진행됐고 지난 6월 1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은 FTA에 정식 서명했다. 정부는 같은 달 4일 국회에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외교통상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지난 8월 31일 현안보고를 한 차례 했을 뿐 여야 간 논의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 비준만 거치면 발효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국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만일 정쟁으로 금년 내 한·중 FTA가 발효되지 못한다면 하루 40억원의 수출 기회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수출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며 “빨리 통과시키는 것이 백날 앉아서 수출 부진을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중 FTA 예상 효과는?=내수 부진으로 중국경제가 내리막길을 가고 있지만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10.7%로 1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 감소율도 7.2%로 일본(10.8%), 독일(13.3%) 등 경쟁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정부는 한·중 FTA 발효가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중국은 생활수준 향상과 소득 증대로 최종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 제품 수요가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한·중 FTA를 계기로 중간재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최종재와 소비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서비스 시장 진출도 현실화될 수 있다. 한·중 FTA는 건설·환경·엔터테인먼트·법률 등의 서비스 시장을 개방했고 향후 있을 2단계 협상을 통해 추가 개방의 기회도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성장률은 7.0%였지만 3차산업(서비스산업)의 성장률은 8.4%나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의 3차산업 성장세를 감안하면 한·중 FTA 연내 발효를 통해 중국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발 황사 문제에 대한 대책을 한·중 FTA 환경 분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정부도 일정 부분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현 시점에서의 추가 협상은 어렵겠지만 지난달 31일 양국이 체결한 ‘대기질 및 황사 측정자료 공유 합의서’ 같은 보완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농수산 부문 피해에 대한 보완 대책도 완결돼야 한다. 정부는 농수산 시장 개방 충격 최소화를 위해 발효 후 10년간 4783억원을 지원하는 보완 대책을 수립한 상태다. 그러나 향후 여야정 협의체 논의를 거쳐 대책 보완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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