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후 첫 국장급 협의] ‘위안부 해결’ 실무 조율 평행선… 영구미제 우려

입력 2015-11-11 22:02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0차 한·일 국장급 협의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후 처음 열린 협의여서 관심을 모았으나 큰 진전은 없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위안부 문제가 장기화돼 자칫 ‘영구 미제’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11일 오전 서울에서 만나 협의를 가졌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이시카네 국장은 지난 9차례 협의에서 일본 측 대표였던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전 국장 후임으로, 그가 위안부 협의에 나선 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일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심도 있고 유익한 협의를 가졌다”며 “이견이 있는 부분에선 접점을 모색하고자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11차 협의를 가급적 이른 시기에 열기로 하고, 구체적인 일정은 외교경로를 통해 조율하기로 했다.

앞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조기에 타결하고자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일본 측은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회담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등 자국민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벌여왔다. 한동안 대응을 자제하던 우리 정부도 결국 언론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내용을 왜곡하면서까지 언론에 공개하는 건 외교의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했다.

우리 측은 국장급 협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했다”면서 “부정확하고 왜곡된 보도가 나오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시카네 국장은 우리 측 유감 표명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양국 정상회담 이후에도 기싸움만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내년에는 4월에 한국 총선, 7월에 일본 참의원 선거가 열리는 데다 내후년에는 12월에 한국 대선이 치러져 위안부 문제 해결의 모멘텀이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일본 전문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씩 돌아가시면 결국 영구 미제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위안부 문제가 (당면 현안이 아닌) 역사적 쟁점으로만 남게 된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