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작으로 대학로 돌아온 장진 “마음의 고향 연극 통해 관객과 재회하고 싶었죠”

입력 2015-11-11 19:13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고 있는 작가 겸 연출가 장진이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13년 만의 신작 연극 ‘꽃의 비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40대 중반을 힘들게 보내는 제가 올 초 초심으로 돌아가 쓴 희곡입니다. 제 마음의 고향인 연극을 통해 관객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해 온 재간꾼 장진(44)이 오는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 신작 ‘꽃의 비밀’을 올린다. 장진이 신작 희곡을 쓴 것은 2002년 연극 ‘웰컴 투 동막골’ 이후 13년 만이다. 그는 “지난해 말과 올 초 2주 동안 희곡 2편을 순식간에 썼다. 몇 년간 머릿속에 맴돌던 아이디어가 물 흐르듯 흘러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면서 “마치 20여년 전 ‘허탕’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을 썼을 때처럼 공연화 여부는 생각하지 않고 나 자신이 즐기면서 희곡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연출도 많이 했지만 글을 쓸 때가 가장 좋다. 마지막에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작품은 아줌마 네 명이 남편들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 남편으로 변장하며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 코미디다. 장진의 전작들처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좌충우돌하는 상황극으로 추귀정 김연재 조연진 오소연 등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은 여배우들이 출연한다. 그는 “안전한 마케팅을 하려면 스타 배우 위주의 캐스팅을 했겠지만 작품의 힘만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2년간 그가 쓰고 연출한 작품은 모두 부진했다. 영화 ‘하이힐’ ‘우리는 형제입니다’가 잇따라 흥행에 참패했다. 뮤지컬 ‘디셈버’는 김준수의 출연으로 흥행엔 성공했지만 작품성은 장진의 기량을 의심하게 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가 예술감독을 맡았던 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도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따라서 이번 연극은 장진이 작가 겸 연출가로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2013년 초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 등으로 유명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을 만났는데, 이미 환갑을 넘긴 거장이 65세에 만들 새 영화를 기대한다고 해서 놀랐다. 좀 더 나이를 먹고 난 뒤에 인생 최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면서 “정말 머리를 한방 제대로 맞은 것 같았지만 나를 옥죄던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디셈버’나 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이 잘 안 된 것은 내 재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생각이다. 주변에선 코미디에 집중하란 이야기도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따라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