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신촌몬테소리유치원(원장 최병기). 만 3∼5세로 구성된 민들레·백합·개나리·장미반에선 ‘컴패션 데이’ 수업이 한창이었다. 민들레반 아이들 11명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있는 또래 친구 오호 히엔(5)양에게 예쁜 편지를 쓰고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배웠다. 오호는 민들레반이 컴패션을 통해 매달 후원하는 어린이다.
민들레반 서진영(33) 교사가 “하나님은 우리가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길 원하실까”라고 질문했다. 아이들은 “친구에게 우리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전해줄래요” “그림 편지를 써서 친구를 재밌게 해주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을 모으고 오호를 위해 서 교사와 함께 기도했다. 김루민(4)군은 “하나님, 오호가 물건이 부족한 곳에 사는 데 오호에게 필요한 장난감을 보내주세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윤석주(5)군은 “오호가 깨끗한 물을 먹고 건강하게 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민들레반 친구들은 40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컴패션 데이 수업에 집중했다.
이 유치원은 매월 둘째 주 월요일 컴패션 데이 수업을 진행한다. 유치원 4개 반은 부르키나파소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에 있는 어린이들을 한 명씩 후원한다. 유치원은 단순 후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눔을 위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한다. 매달 주제를 정해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와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
11월 주제는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소중히 여겨요’이다. 유치원은 컴패션 데이 2주 전인 지난달 26일 아이들에게 ‘음식 남기지 않기’ ‘자연 지킴’ ‘환경 지킴’ 등 주제에 맞게 실천 항목을 적은 쿠폰 4장을 나눠줬다. 쿠폰 내용을 가정에서 실천하면 부모는 자녀에게 쿠폰 1장당 500원씩을 준다. 그리고 2주 후 컴패션 데이 때 아이들은 500∼2000원의 후원금을 각 반 교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가져온 후원금은 컴패션을 통해 각 반 후원 어린이를 돕는 데 사용된다.
유치원은 2008년 12월부터 컴패션을 후원하고 있다. 최병기 원장이 2007년부터 개인적으로 컴패션 후원을 시작했고 이후 교사들도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최 원장은 “유치원에서 ‘이웃에 대한 나눔과 사랑’을 주제로 한 행사를 기획하다 컴패션 후원을 생각했다”며 “어린이들이 지속적으로 나눔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선 일대일 결연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어린이 후원 의사를 물었고 학부모들은 적극 찬성했다.
최 원장은 이런 나눔 활동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외동인 경우가 많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 없이 자라고 있다”며 “그런 아이들이 나눔 활동을 통해 현재 상황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3∼5세는 인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 시기에 감사와 나눔에 관한 교육을 잘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축복을 주신 것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며 “우리 아이들이 주위 사람을 돌보면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외국 친구 깨끗한 물 먹게 해주세요” 아이들은 기도 중
입력 2015-11-11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