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11일 발간한 ‘공무원 징계사례집’에 나타난 공무원들의 비리 행태는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다. 영전 명목으로 담당 세무조사 기업으로부터 현금 500만원을 수수한 국세청 직원, 대통령표창을 받은 업체로부터 상금 300만원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은 공무원 등 이들 비리 공무원의 수법은 ‘골목패’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하직원에게 야릇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회식자리에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부적절한 신체 접촉까지 한 공무원, 업무 관련 기업과 단체로부터 거액의 부의금을 받은 공무원도 있었다. 최근엔 자신이 보유한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도로 구조를 변경해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감사원 5급 감사관이 파면되기도 했다. 고위공무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 고위공무원은 점심시간에 술을 마시고 회의에 지각하는가 하면 무단으로 교육에 불참했다가 적발됐다.
복무규정 위반, 금품수수, 품위손상, 직무태만 등 4대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국가공무원은 2010년 이후 해마다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2010년 2858명에서 2011년 2653명, 2012년 2614명, 2013년 2375명, 지난해 2308명으로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공직부패를 뿌리 뽑고, 공직기강을 다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국민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는 할 수 없는 결과다.
공무원 비리는 이른바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부처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한다. 권력이 큰 만큼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 부처에 대한 모니터링을 특별히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공직비리가 눈에 띄게 줄지 않는 이유는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제 식구 감싸기 문화 탓이 크다. 부하직원을 성희롱한 공무원에게 고작 감봉 1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데 그치니 징계제도는 그저 허울에 불과하다.
정부가 10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이 향응이나 접대를 받을 경우 그 금액의 5배를 물어내도록 공무원징계령을 개정한 것은 때늦었다. 공무원이 국민에 봉사하는 공복(公僕)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갑이라는 공직사회의 그릇된 인식부터 바꿔야 공무원 비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사설] 제 식구 감싸기 관행 없애야 공직부패 근절될 것
입력 2015-11-11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