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청년활동수당 도입해볼만 하다

입력 2015-11-11 18:18 수정 2015-11-11 18:19

대다수 청년에게 취업절벽은 극심한 공포이자 스트레스일 것 같다. 극심한 취업난에 좌절하거나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로 밀려난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한 경제적 빈곤은 생동감 넘쳐야 할 청춘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연애, 결혼, 출산, 취업, 인간관계는 물론 꿈, 희망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 나이가 들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이를 뜻하는 ‘캥거루족’ ‘빨대족’은 2030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6월 41.4%였다. 청년 실업률은 10.2%까지 치솟았고 실업자 수는 44만9000명에 달한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일자리도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34.6%나 된다. ‘취업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했다가는 뭘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핀잔을 듣기 딱 좋다. 일자리 상향이동의 사다리가 거의 끊어진 상태다. 하향 취업했다가는 평생 근로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서울시가 최근 청년정책 5개년 기본계획인 ‘2020 서울형 청년보장’을 내놓았다. 청년활동 지원, 뉴딜일자리 확대, 주거·금융 지원, 활동 공간 조성 등 4개 분야 20개 정책이 담겼다.

이 중 ‘청년활동수당’으로 알려진 청년활동지원 사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은 대학생도 취업자도 아닌 만 19∼29세 저소득 ‘사회 밖 청년’이나 졸업유예 학생에게 매달 5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공공·사회활동 계획서 통과를 전제로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취직이 늦어져 사회 참여 기회를 갖지 못한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디딤돌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다. 사회 밖 청년은 서울 거주 20대 청년의 35%인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우선 내년에 3000명을 대상으로 예산 90억원을 편성했다.

서울시 계획이 알려지자 당장 새누리당에서 지도부가 연달아 나서 ‘청년들의 표를 노린 포퓰리즘’이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눈치를 보는지 태클을 걸 태세다.

그러나 이 사업에 다짜고짜 포퓰리즘 딱지를 붙이는 건 섣부른 것 같다.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들의 숨통을 틔어주려는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면 일정소득 이하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확대·도입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먼저 반성문을 써야 한다. 노인세대를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기초연금이 필요하듯이 움츠러든 청년세대들의 활로 모색을 위해 청년활동수당도 검토해볼 만한 제도다. 재원부족 문제를 거론하지만 정부에 관련 예산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 간 형평성을 내세우는 건 지방자치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반하는 일이다.

청년실업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법정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확대, 대기업의 고용확대 유도,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 확대 등이 해법이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이런 일은 외면하면서 서울시의 새로운 실험은 비난하는 건 무책임하다.

서울형 청년보장은 청년단체와 청년들, 전문가 등에 대한 의견수렴과 오랜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청년문제를 개인 차원에 묶어 두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해결해 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은 지난 5일 성명에서 “여러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작은 걸음이 우리의 청년정책이 전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인 것 같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