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산골 도사들의 고구마학교] 세상에서 ‘감자칩’이 가장 무서운 만수는…

입력 2015-11-12 18:49 수정 2015-11-12 21:40
산골에 있는 비두리 마을 영재네 학교는 전교생이 스무 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열두 명 뿐이다. 정부에서는 이 학교가 스스로 문을 닫기를 바란다.

어느 날 선생님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은 아이들이 단결했다. 운동장 한 켠에 밭을 일구고 고구마를 키워 팔아 학교 운영비를 대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아이들의 기특한 생각에 선생님은 홈페이지를 만든다. 외부에 소식이 알려지며 인터넷으로 고구마 주문이 쇄도하고….

아파트가 보통의 주거생활이 된 시대에 아이들이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세계는 비슷하다. 내 주변 친구도 비슷한 경제력과 직업의 부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경험의 장벽 탓에 세상에는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걸 깨닫기 쉽지 않다.

동화집 ‘산골 도사들의 고구마학교’를 권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간접 경험을 통해 나와는 다르게 사는 또래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멀쩡하게 부모가 있지만 보육원에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의 만수,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아빠는 교도소에 가 있어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정화…. 감자칩이 먹고 싶은 만수가 보육원에서 주는 교통카드를 바꿔치기했다가 보육원 부원장에게 들켜 손찌검 당한 뒤, “엄청 무서운 감자칩”이라고 말하는 대목 등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도 적지 않다. 짧은 단편 동화를 통해 주인공들을 이런 처지로 내몬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낸 동화집 ‘나는 그냥 나예요’는 피부 색깔은 다르지만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편견과 차별 없이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이야기책 ‘손잡고 걸어요’ 시리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