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선조들의 죄, 끝없이 반성하는 독일인

입력 2015-11-12 18:53 수정 2015-11-12 19:03

영화 ‘더 리더’의 원작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책 읽어주는 남자’로 명성을 얻은 소설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원래 독일을 대표하는 법학자로 나치정권의 과오를 법적으로 청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책은 그가 독일인으로서, 법학자로서, 나아가 다음 세대에 질문이 아닌 답변을 줘야하는 기성세대로서 고민하고 노력했던 기록들이다. 독일은 2차대전 패전국 중 유일하게 과거사 문제에 천착해 왔다. 특정 시대의 체제가 저지른 죄를 독일인 전체의 죄로 인정하고 이를 법치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배상하고 속죄해 왔다. 그런데 2025년이 되면 1945년 이전에 일어난 일에 법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독일인은 거의 사망하게 된다. 그렇다면 몇몇 정치인이 내세우는 것처럼 독일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저자는 독일의 후손들 역시 선조들의 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정체성을 흔들어놓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용서는 피해자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문제 제기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세대의 잘못일 뿐이라는 가해국 일본의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과거청산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전범들과 피해자들의 사망에 따른 법적 시효 및 배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