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장명진] KF-X 성공을 위한 준비 마쳤다

입력 2015-11-11 18:20

지난 10월 말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2015)’에서 가슴 뿌듯한 경험을 했다. 우리 손으로 제작한 초등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의 환상적인 비행을 본 일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 손길이 닿은 비행기가 저 푸른 하늘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줄 상상이나 했었나. 필자는 우리나라 항공 전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성공해 10여년 후 이 하늘에서 KT-1, T-50, 그리고 KF-X가 함께 멋진 비행할 날을 상상했다.

KF-X 사업은 공군의 노후된 F-4/5 항공기를 대체할 미디엄급 전투기 개발 사업이다. 공군이 필요로 하는 항공 전력을 우리 손으로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자못 크다. 전투기 기체뿐 아니라 임무컴퓨터, 주요 항공전자 장비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전투기의 성능 개량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 우리가 만든 미사일 등 무장도 마음껏 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해외에서 구입한 전투기의 성능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무장을 달 때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고, 우리가 바라는 수준으로 높이지도 못했다.

KF-X 사업은 우리 항공우주산업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킬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는 투입 비용 대비 약 2배의 생산 및 부가가치가 기대되고, 최대 6만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기술파급 효과도 약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이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또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의욕만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기술 기반과 능력이 있다. 지난 30여년간 KT-1 개발을 시작으로 초음속 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을 만들면서 항공기술 국산화 수준을 높였다. 최근 논란이 된 4개 항전장비 가운데 가장 어려운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다도 2006년 개발에 착수해 2013년 핵심기술 응용연구를 마쳤다. 2014년부터는 KF-X 장착을 목표로 실제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전투기 기체와 항전장비를 통합하는 체계통합 기술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있지만, 체계통합 기술도 축적해 왔다. 함정 전투체계 통합과 중고도 무인기 체계 통합을 해봤다.

사업관리 능력도 갖추고 있다. 고난도 무기개발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40여년 전 우리는 소총 한 자루도 못 만들었다. 지금은 지상·해상·항공 무기체계를 고루 갖추고 있다. 4세대 전차인 K-2 전차, K-21 전투장갑차를 개발했다. 대함 미사일 공격체계를 갖춘 1800t급 잠수함과 7000t급 이지스함,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중거리 대공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고 그에 대처하는 능력도 키워왔다.

또 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국방부와 방사청, 국방과학연구소(ADD), 그리고 방위산업체들은 총력을 쏟을 것이다. 민·관·군 전문가들로 사업관리 조직도 구성할 것이다.

어떤 일에든 ‘골든타임’이 있다. 바로 지금이 그 시간이라고 본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는 기술을 축적해 왔고, 2002년 KF-X 사업 필요성이 대두된 뒤 사업 타당성을 놓고 무척 고심해 왔다. 그리고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우리는 다시 해외에서 전투기를 도입해야 한다. 기술종속의 서러움은 충분히 겪었다. 이제는 우리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음주 필자는 방위사업청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무기체계 연구·개발자로 40년을 보낸 연구원 출신 청장으로서 KF-X 사업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확신한다. 이제 본 궤도에 오를 일만 남았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