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되면 궁금한 것이 많다. 암 여정 중 고통스런 부작용을 만나면 환자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산처럼 쌓인다. 궁금증은 불안감으로 재탄생된다. 완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느낀 환자는 병원치료, 일상생활의 소소한 일에 대해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조언을 듣고 싶다.
암환자 상당수는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최근 들어 대학병원이 환자 진료시간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진료실에 앉아 나의 주치의를 마주하는 시간을 5분을 넘기지 못한다. 어느 대장암 환자는 “진료 밖 대기실에 나처럼 주치의 얼굴 한 번 보겠다고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과 남은 환자수를 체크하는 간호사,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는 주치의를 보고 있자니 붙잡고 이것, 저것 물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치의와의 대화에서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결하지 못한 채 진료실 밖을 나선다. 환자는 아쉬움에 금방 집에 가지 못하고 환자 대기실에 잠시 앉는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는 또 다른 암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마음이 한결 평안해진다. 암이란 적군을 향해 함께 싸우는 동료를 확인한 셈이다. 투병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같은 암환자라도 나타나는 부작용과 암 진행양상이 다르다. 그러나 ‘암환자’란 공통점 하나로 카더라 통신을 통해 들은 내용들을 서로 주고받는다. 대개 객관적인 근거를 담고 있지 않은 민간요법인 경우가 많다. 누구의 경험이라고 하나, 일관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자신의 경험에 주입시킨다.
의료진은 환자들끼리 잘못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이는 3분 진료가 낳은 또 다른 부작용이다. 진료실에서 흔히 나누는 대화 중 대표적인 것이 환자의 컨디션과 식사량을 묻는 질문이다.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으로 3분을 채우는 실정이다. 의료진도 어떻게 보면 암환자의 암 여정 길에 함께 하는 동지일텐데, 3분 진료는 동료애를 느끼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렇다보니 환자는 진료실 밖 또 다른 암환자를 붙들고 건강관리 방법 등 의사에겐 소소해보일 수 있는 문제들과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대학병원서 정기적으로 여는 건강강좌도 암환자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강의실의 텅 빈 객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암환자라면 알고 있는 암 정의, 발생원인, 치료법 등을 알려준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셈이다. 진료시간을 늘려야하는 것은 단순히 환자들의 진료만족도를 높이는 일만이 아니다. 잘못된 의학정보를 걸러내고 환자의 치료의지와 지식을 결집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잘못된 의학정보 낳는 대학병원 ‘3분 진료’
입력 2015-11-15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