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완치를 향한 위대한 도전] 난치암 극복 ‘시작이 반’이다

입력 2015-11-15 18:38

혈액암은 혈액, 그중에서도 특히 백혈구에 생기는 암이다. 잘 알려진 백혈병을 비롯해 악성림프종 및 인구 고령화에 따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다발골수종 등이 혈액암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혈액암 환자와 보호자들은 의료진의 암 진단에 절망하고, 혈액암이라는 낯설고 심각하게 느껴지는 진단명에 한 번 더 절망한다.

70대의 남자 환자가 휠체어에 실려 가족들과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환자는 전신통증으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신부전 악화로 인한 요독증으로 정신까지 혼미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환자는 몇 달 전부터 허리통증으로 물리치료를 받아왔으나 통증이 점점 전신으로 퍼져나가 식사도 잘 못하고, 몸이 붓는 증상까지 겹쳐 인근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전신의 뼈에 암이 퍼져있고, 신장도 안 좋아 투석을 고려해야하므로 큰 병원 치료를 추천했다고 한다.

환자는 타 병원의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소견 상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으로 의심되었고, 조금만 더 악화되면 혈액투석을 시행해야하므로 빠른 진단 및 치료가 필요했다. 가족들은 고령의 환자가 힘든 암치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저했으나, 의료진의 설득으로 환자는 서둘러 혈액검사 및 골수검사 등 진단을 위한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고 응급치료를 시작했다.

이런 경우 조금만 사전 진료가 지연되어도 치료시기를 놓치기 십상이고 치료를 시도하기 전에 사망할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의료진과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환자는 응급치료를 시작하면서 전신통증과 의식상태가 빠르게 호전됐고, 다발골수종으로 확진 후 항암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환자는 약 한달 여간 입원치료 후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걸어서 퇴원했고, 이후 외래에서 1년 가까이 더 항암치료를 받았다. 현재 환자는 혈액검사 상 혈액암의 흔적이 없어진 완전관해상태로서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위해 내원하고 있다.

혈액암은 진단을 위한 골수검사나 수술적 림프절 절제를 통한 조직검사 등으로 인해 진단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다른 고형암처럼 수술적 치료가 아닌 항암치료를 시행하므로 환자들은 혈액암의 진단과 치료를 고통스럽고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와의 병합치료를 통해 많은 혈액암 환자들이 완치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도 시작하지 않고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제 아무리 난치병도 환자 본인이 꼭 이겨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이미 병의 반은 완치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동엽 원자력병원 혈액종양센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