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는 지난 6일 '생존율 한자리수 췌장암, 치료 보장성강화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28회 고품격 건강사회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들은 췌장암의 국내 현황과 심각성, 해외 치료보장 사례, 치료보장 실태 및 보장성 강화 방안 등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나누고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논의와 대안을 모색했다.
◇주제= 생존율 한자리수 췌장암, 치료 보장성강화 무엇이 필요한가
◇일시= 2015년 11월 6일 오후 3시
◇참석자= 임상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약제기준부장, 허윤정 아주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박준오 성균관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노미 강남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진행=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연출= 정현호 쿠키건강TV PD
◇방송= 2015년 11월 16일 오후 7시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단골 불치병 췌장암은 어떤 질병
◇박준오= 내가 늘 환자에게 하는 이야기는 암은 나을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인데 췌장암은 굉장히 치료가 어려운 병 중 하나이다. 매년 약 5000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망건수도 비슷하다. 이런 암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만큼 예후가 안 좋다는 뜻이고, 일반적으로 조기진단해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약 20%이다. 특히 췌장암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생존율이 8%로 두 자리 수를 채우지 못한다.
◇박노미= 내가 근무하는 병원의 2014년도 췌담도암 신환자 대비 수술건수 비율을 봤는데 췌담도암 환자들에 있어서 수술하는 비율이 약 34%였다. 이 말은 반대로 66%의 환자들은 진행된 췌장암으로 내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췌장암 치료 보장성은 어느 정도
◇박노미= 현재 췌장암 항암치료에 있어 약제비 본인부담이 100%인 약제들이 더 많다. 이것은 아마 다른 암종 보다도 약제의 선택 옵션이 적고, 신약이라고 표현하는 표적치료제도 췌장암에는 없기 때문에 보장성 확대에서 오히려 더 혜택을 못 보는 것 같다.
◇혀윤정= 예후가 좋지 않아 환자들이 질병 그 자체로도 굉장히 힘든데 치료를 위해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한다. 고통을 가중시키는 문제이기에 췌장암처럼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은 우선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해야 되는 부분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상희= 암 종별로 당연히 환자가 느낄 때에는 보장강화의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거친 약제는 허가범위 내에서 우선적으로 보험적용이 되고 있는데 아쉽게도 췌장암 같은 경우에는 허가받은 약제 자체가 굉장히 적은 상황이다 보니 선택할 수 있는 약제의 종류가 굉장히 적어 허가초과 부분에서 약제를 사용하게 된다. 췌장암에서 아마도 이런 전액 본인부담 약제가 많은 것은 정식으로 허가된 약제가 적어 그런 것 같은데 최근 췌장암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약제가 몇 가지 있어 심평원이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토를 진행 중에 있고, 조만간 급여확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준오= 좋은 치료방법이 있는데 환자가 경제적으로 부담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판단하는 것은 사실 의사로서 가끔은 자괴감이 들게 한다. 췌장암을 주로 치료하는 종양내과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적어도 매년 치료가이드라인, 지침이 업데이트가 되는데 등재된 새로운 치료법이나, 약제가 있으면 더 신속하게 쓸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제약회사가 아닌 연구자 주도의 임상연구를 활성화 하게 되면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재원을 아끼면서 환자한테는 최상의, 최선의 치료를 빠르게 도입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
◇허윤정= 급여가 되기 이전이라 할지라도 한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의료진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재원이 아니라 제도가 막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췌장암 항암치료의 급여확대, 현재와 나아갈 방향은
◇박준오= 췌장암치료의 대표적인 약은 젬시타빈으로 20년 넘게 가장 많이 쓰이고 유일하게 급여가 되고 있는 약제이다. 또 젬시타빈과 다른 약을 병용해서 사용하는 연구가 굉장히 많은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실패를 했지만 몇 가지 약제가 효과를 보였다. 엘로티닙이라는 표적치료제와 나노파티클 알부민에 파클리탁셀이라는 항암제를 접목시킨 신약(아브락산)이 있는데 이 약을 젬시타빈과 병용했을 때 훨씬 더 치료 성적이 좋다는 내용이 최근 발표됐다. 1차 요법이 효과가 있다면 의학적으로 볼 때 2차 요법도 당연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판단이 되는데 특히 췌장암의 경우 2차 요법으로 보험급여가 되는 약이 거의 없어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실패를 하게 되면 더 이상 보험으로 쓸 수 있는 약이 없다. 이런 부분이 안타깝다.
◇임상희= 젬시타빈을 기본으로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병용하는 것에 대해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고, 아브락산 병용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 효과가 개선된 것이 입증됐기 때문에 조만간 확대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재 유방암에만 사용하고 있는데 췌장암에 급여 확대가 되면 약가인하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이런 부분을 위원회에서 결정을 해서 최종적으로 급여에 반영이 될 것 같다.
◇박노미=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분을 떼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약제가 비급여 항목입니다”라는 설명을 하면 사실 환자들은 이런 정책적인 부분이나 보험 법적인 부분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분명히 나라에서 5년 동안 보험을 해준다고 했는데 왜 안 되냐고 많이 물어본다.
◇허윤정= 모든 암, 모든 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다 행복하겠지만 불가능 하다면 전문가가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안전한 약제들은 시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환자들도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생명이 훨씬 더 앞에 있어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시도가 먼저 진행돼야 이후에 무엇을 급여화 할 것이냐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임상희= 정부에서 허가초과부분에 대해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각계의 전문의들이 모인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신청된 내용을 협의해 허가초과지만 꼭 필요하겠다 하는 부분들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급여의 기준은 당연히 의학적으로 타당해야 하는데 3상 같은 경우에는 제약사에서 만든 결과보고서가 아니라 피어 리뷰가 된 SCI에 등재된 논문을 기준으로 평가해 의학적 타당성, 대체약제 여부, 대체약 대비 비용효과성, 개선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비싼 만큼 개선 된 부분이 있다고 인정이 된다면 급여권으로 최대한 흡수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심평원 직원들이 밤늦게까지 자료를 찾으면서 또 근거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내년까지 열심히 하면 많은 혜택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박준오= 최근 큰 두 가지 획기적인 연구가 있었다. 한 가지는 기존의 대장암 위암에 쓰는 약을 이용한 연구가 되겠고, 또 한 가지는 아까 잠깐 언급했던 나노파티클에 알부민을 씌워 안에 항암제를 넣은 새로운 기법의 약제인 아브락산을 젬시타빈이라는 기존 항암제와 병용 사용 했을 때 젬시타빈 단독보다 훨씬 더 생존율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되었다. 시급하다면 이런 약제들이 필요 할 것 같다.
◇임상희= 심평원에서 조사를 많이 해서 허가 범위에 해당 되는 것은 필수적으로 급여를 하려고 목표로 잡고 있다. 췌장암 치료제 두 건 정도를 검토 진행 중에 있는데 조만간 확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기는 아무래도 약가인하 이런 것들 때문에 약간 조정은 되겠지만 빠른 시일내에 검토가 마무리 될 거라고 생각한다. 심평원의 급여기준안 검토는 거의 끝났고 약가인하만 조금 남은 상황으로 가능성이 크다.
-효과적인 치료제의 등장과 보험적용의 어려움
◇박준오= 일단 기존의 치료방법에 대해 아브락산과 젬시타빈을 병용하게 되면 생존기간이 2개월 정도 증가가 된다. 2개월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1년을 채 못사는 췌장암 환자에서 평균적으로 2개월이 늘어나는 것은 엄청난 효과이다. 좀 더 고무적인 임상의 결과는 젬시타빈과 아브락산을 병용한 환자들이 1년, 2년 넘어서까지 사용하면서 여전히 생존하고 있는 환자들이 꽤 많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2년 생존율이 췌장암에서 20%가 넘는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효과이다. 물론 젬시타빈 단독에 비해 아브락산과 병용하면 몇 가지 부작용이 약간 늘어나지만 부작용을 제하더라도 부작용에 비해 생존기간이 향상되고 오랫동안 효과가 유지 된다는 부분은 엄청난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박노미= 환자와 의료진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사실 환자들은 완치를 목표로 하는 부분이 더 크다.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근거가 있는 명확한 정보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췌장암 환자들이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허윤정= 환자수가 적기 때문에 보험에 등재되기가 쉬울 것 같은데 환자가 많은 질환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췌장암같이 예후가 나쁜 질환에 있어서는 가중치를 줘서라도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준오= 치료는 진화를 한다. 현재 연구결과는 전이성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2개월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킨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효과 같지만 이런 치료방법이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올라가면 전체적으로 췌장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굉장히 늘어나게 된다. 다만 현재 나온 연구결과는 4기암 연구 결과에서 상징적인 결과일 뿐이지 결국은 전체적인 췌장암 환자들의 치료성적을 보면 앞으로 한 가지 약제가 개발됨으로써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 희망이다. 정리= 조민규 기자
[암과의 동행] 췌장암 치료 보장성강화 어떻게?… 선택 가능한 약제 적어 급여확대 더욱 절실
입력 2015-11-15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