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수수료는 규정의 사각지대다. 수수료율도 제각각이고 브랜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불명확성을 이용해 총수일가가 부당이득을 챙긴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브랜드의 정상 가격과 수수료율 계산 방식에 대해 정해진 룰이 없기 때문에 공정위가 의혹을 사실로 입증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수수료는 총수일가 정하기 나름=총수가 있는 41개 대기업집단의 대표기업은 예외 없이 브랜드 수수료를 각 계열사로부터 받고 있다. LG와 SK 등 지주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지주회사가 수수료를 징수한다. 지주회사인 만큼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간접적으로 브랜드 수수료의 상당부분은 총수일가에 돌아간다.
그러나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일부 대기업집단은 노골적으로 브랜드 수수료를 통한 총수일가 ‘돈 몰아주기’에 나서고 있다. 조양래 회장 일가가 지분의 73%를 소유하고 있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자회사 한국타이어로부터 매출액의 0.5%를 브랜드 수수료로 징수하고 있다. 반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여동생과 관련 있는 롯데관광개발은 롯데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롯데그룹 계열사 어디에도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14개 계열사가 ‘삼성’이란 브랜드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런 제각각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의 브랜드 수수료 정책이 원칙도 없이 총수일가 이익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10일 “공정거래법 등 어느 법에도 브랜드 수수료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는 규정이 없다”며 “전적으로 브랜드 소유권을 가진 회사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부당이득,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브랜드 사용료에 대한 적정 기준이 없지만 일부 대기업집단은 적정 수준을 넘어 총수일가에 부당이득을 안겨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브랜드 수수료를 많이 받아도 된다는 논리도 문제지만 지주회사도 아닌데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라는 이유로 수수료를 몰아주는 것은 명백한 내부 부당지원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수일가의 부당 사익편취 규정을 적용해 이를 처벌하려면 고려할 점이 많다. 고려대 이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수일가 부당 사익편취 규정은 경제민주화법으로 신설된 조항이기 때문에 판례가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의 정상가와 비교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총수일가에 브랜드 수수료를 몰아줬다는 것을 공정위가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과도한 브랜드 수수료로 손해를 본 계열사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브랜드 수수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쉬운 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단독-대기업 브랜드 수수료 실태] 총수일가에 ‘돈 몰아주기’ 의혹… 물증 확보 쉽지않아
입력 2015-11-11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