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사업보국 기회 달라”…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서 선처 호소

입력 2015-11-10 22:09
환자복에 마스크를 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 출석한 뒤 휠체어를 탄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1600억원대 조세포탈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으나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구급차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유지인 ‘사업보국’을 실천하겠다며 실형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 심리로 10일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이 회장은 의료진을 대동해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에 나온 건 지난해 9월 2심 선고 이후 14개월 만이다. 재판 내내 휠체어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최후 진술에선 “모든 게 내 탓”이라며 “건강을 회복해 선대의 유지인 사업보국을 실천하고 미완성의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기회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쟁점은 대법원이 특별법보다 형량이 낮은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던 ‘배임’ 부분이다. 검찰은 “배임죄는 손해가 실제 발생하지 않아도 그 위험이 있으면 ‘위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CJ 재팬이란 법인이 회사 재산을 잘 관리하라고 임직원에게 맡겼는데, 사업과 무관한 회장 개인의 부동산 투기를 위해 거액의 대출과 보증채무까지 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페이퍼컴퍼니인 ‘팬 재팬’이 빌딩 임대사업을 하고 있어 대출금을 자력으로 갚을 수 있고 원리금을 상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그런 논리라면 (배임액으로) 복권 등 사행성 투기를 해 변제 능력이 없어지는 경우만 특별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대법원 판결을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배임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경우 특별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라며 “이 회장은 CJ 재팬에 손해를 끼칠 의사도 없었고 실제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신장이식 수술 이후 유전질환인 CMT로 근육 위축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식 초기 1년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며 수형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심리를 빨리 끝내 달라는 변호인 요청을 받아들여 양측 의견만 들은 뒤 심리를 마쳤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