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의 사람들’에 힘 실어주기?… 정치권 긴장

입력 2015-11-10 22:06 수정 2015-11-11 17:04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과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통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심판론’을 역설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속속 사퇴하고 있는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에 대한 노골적인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 실어주기’가 현실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평소보다 배 이상 긴 23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여야 모두를 격정적으로 성토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겨냥한 듯 “(국민들은)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출마용 사의’와 때마침 불거진 대구·경북(TK) 현역 의원 ‘물갈이설’이 파장을 일으키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었다. 지난 10월 총선용 1차 개각에 이은 2, 3차 개각이 예정돼 있고, 청와대 전직 참모들이 속속 총선 출마 의향을 밝힌 미묘한 시점에 나온 탓이다. 출마 의사를 가진 ‘대통령의 사람들’에 대한 사실상 공개 지지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언급의 후속편 성격이 짙다. 박 대통령에게 이른바 ‘배신의 정치’의 장본인으로 낙인찍힌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TK·비박(비박근혜)’의 상징 같은 존재다.

이른바 ‘박 대통령의 사람들’로 분류할 수 있는 청와대 전직 참모 중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 윤두현 전 홍보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박종준 전 경호실 차장, 민경욱·김행 전 대변인, 전광삼·최상화 전 춘추관장,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 최형두 전 홍보기획비서관 등 10명을 웃돈다. 이들 중 일부는 새누리당 현역 의원이 포진한 대구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영호 감사원 감사위원도 이날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진주고 출신인 김 위원은 진주을에 출마 예정이다. 그는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2년3개월 동안 역대 최장수 사무총장으로 재직해 왔다. 그 역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최근 친박계 의원 보좌관 출신인 청와대 행정관도 대구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상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극심한 ‘불신’을 가감 없이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야 간 정쟁과 당리당략 때문에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과 민생법안이 묶여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속뜻이 담긴 언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일일이 법안을 거론한 뒤 “법안들이 자동 폐기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은 경고장까지 날렸다. 또 “통탄스럽다” “국민들 삶을 볼모로 잡고 있다” 등 격정적인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 “매일 민생을 외치지만 정치적 쟁점과 유불리에 따라 모든 민생법안이 묶여 있는 것은 국민과 민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