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대신 ‘로봇테이너’로 인생 2모작… 고용정보원 ‘창직 토론회’

입력 2015-11-10 20:11

서덕화(55)씨의 현재 직업은 ‘로봇테이너’(로봇+엔터테이너)다. 설명하자면 로봇을 이용해 연극이나 춤과 같은 공연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획자다. 이 생소한 직업은 서씨가 만들었다. 기존에 없는 직업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새롭게 창출하는 ‘창직(創職)’을 한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대형 제과업체 임원이었지만, 지금의 선택이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서씨는 “예전 회사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로봇 공연 같은 것을 기획해본 것이 큰 자산”이라면서 “퇴직 후 막연히 로봇과 콘텐츠를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창직 교육을 받아보면서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만든 새 직업은 중년의 나이에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줬다. 서씨는 “일단 양로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로봇 인형극이나 공연을 제공하는 것이 시작이지만, 향후에는 이를 발전시켜 로봇테인먼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시대에 은퇴한 중장년이 원하는 수준의 직장을 다시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치킨집 등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 때문에 중장년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에 없는 일을 시도하는 ‘창직’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서울시와 공동으로 10일 서울 aT센터에서 ‘중장년 및 세대별 창직 활성화를 위한 창직 토론회’를 열었다. 서씨는 여기서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며 “자신만의 경험을 활용해 새 길을 찾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면서 “괜찮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날 수만 있다면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현재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창직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창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창직협회, 신직업창직가협회 등 민간 협회도 생겼다. 고용정보원 김중진 직업연구센터장은 ‘창직-직업만들기-현황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창직이 실제 직업으로 정착되는 데는 5∼6년이 걸린다”면서 “표준화된 창직 교육훈련 프로그램, 지원 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