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출판사는 ‘왕’? 신인작가에 ‘갑질’… 민음사, 불공정 계약서 논란

입력 2015-11-11 04:18
국내 최대 출판그룹으로 꼽히는 민음사가 신인 작가와 맺은 계약서에 불공정한 내용을 넣고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제 출판할지부터 저작재산권의 독점적 이용권까지 모두 출판사 손에 있었다.

신인작가 주모(25·여)씨는 2011년 6월 민음사 소속 출판사인 ㈜민음인과 판타지 로맨스 소설의 출판계약을 맺었다. 세 권짜리 시리즈물 시놉시스(내용 요약)를 제출했고, 1권은 이듬해 8월 29일 책으로 나왔다. 주씨가 다른 출판사로부터 2, 3편 출간 제의를 받자 민음인은 2013년 2월에 주씨와 2, 3편 출판계약까지 마쳤다. 그해 9월에는 2편이 나왔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주씨는 계약에 따라 3편을 준비했지만 민음인 측은 2년 가까이 연락이 없었다. 지난 6월 주씨가 출판 일정을 묻자 민음인 측은 그달 25일까지 3편 원고를 보내 달라고 했다.

원고를 받은 출판사는 며칠 만에 말을 바꿨다. “회사가 어려워져 책을 내기 어렵겠다”면서 “종이책으로 낼 수 없으니 전자책으로 출간하겠다”고 제의했다. “우리 출판사와 작가의 방향이 맞지 않고 ‘우리 느낌’이 아니다”고도 했다.

황당함에 주씨는 계약서를 들춰봤다. 그제야 자신의 권리가 극히 제한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계약서상 출판은 ‘인쇄, 전자 복사, 인터넷 온라인상의 게시, 컴퓨터 파일 형태를 통한 전송과 배포, 전자서적의 발간 등’으로 광범위하게 정의됐다. 인쇄본의 제작·출판에 관한 모든 권리는 출판사에 있었다. 발행 부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었고, 출판사가 언제까지 출판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2차 저작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의 독점적 이용권도 출판사에 있었다. 출판사가 저작재산권과 출판권을 양도할 때 작가 동의가 필요하다는 조항은 없었다. 대신 작가가 권리를 양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철저하게 ‘을’인 주씨는 결국 법에 호소하기로 했다. 민음인을 상대로 계약 불공정성과 불이행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주씨처럼 출판사와 부당한 계약을 맺은 신인 작가는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6월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7종을 만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표준계약서엔 출판권 설정 계약(종이책)과 배타적 발행권 설정계약(전자책)을 나눴다. 지적재산권의 양도 등에서 신인 작가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강제성을 갖지 못한다.

민음사 측은 “올해부터는 정부가 제시한 표준계약서 양식에 맞춘 계약서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