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외건설·조선업 부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정부… 부실 방조 정책금융기관엔 책임 안 물어

입력 2015-11-11 04:20
‘제2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해외건설·조선업체들이 수익성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하지 않도록 정책금융기관의 평가 절차를 강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수익성 평가 없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사실상 이들 업체의 부실을 방조한 정책금융기관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해외건설·조선업 부실 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를 열고 해외건설·조선업 부실 방지를 위한 정책금융기관 역할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 KDB산업은행 회장,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부실사업으로 인한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는 국민 모두의 부담이다. 부실 방지를 위한 근본적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무리한 수주 등으로 부실이 생기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4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해결 방법은 국민 세금을 투입해 증자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정책금융기관들은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에도 별도의 평가 없이 기업의 신용도만 보고 자금을 투입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수주가치 평가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수출입은행뿐”이라며 “무역보험공사나 산업은행은 이 같은 평가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문을 연 정책금융지원센터를 확대·개편한다. 센터는 중소 건설사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하는 컨트롤타워로 사업평가팀(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해양금융종합센터에 해양플랜트 등 조선업에 대한 수익성 평가를 전담할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를 신설키로 했다. 정책금융기관들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금융을 지원하려면 전문기관을 통한 수익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한편 ‘해양플랜트 악재’ 여파로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4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의 자료를 토대로 내놓은 ‘2015년 3분기 조선해운시황 및 전망’에 따르면 올해 수주액은 지난해 327억1000만 달러보다 약 27% 감소한 24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