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네… 유승민의 힘

입력 2015-11-10 22:14

새누리당 유승민(사진) 의원이 10일 부친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을 경북 영주시 풍기읍의 선산에 안장했다. 지난 사흘간의 장례는 유 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준 시간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을 자인하지만, 본인 의도와 무관하게 박근혜 대통령과 대척하는 상징적 인물로 등극하면서 여권 내 정치지형의 한 축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 측에서 집계한 조문객은 여야 현역 의원만 113명에 달한다. 이들을 포함해 정치인, 전·현직 관료, 법조인, 재계 인사 등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이 15권 쓰였다. 방명록에 글을 남긴 인사만 30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대부분 언론도 취재기자를 배치했다.

유 의원은 이 기간 정치적 발언을 일체 함구하고 장례에 집중했다. 그러나 빈소에서는 정치가 난무했다.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윤상현·김재원 전 대통령 정무특보, 홍문종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이 대거 조문하면서 관계회복의 실마리가 제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조화(弔花)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예상은 빗나간 것이 됐다. 이미 박 대통령과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청와대는 “고인의 유지를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의원은 상가에서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화환을 사양했던 황교안 국무총리 딸 결혼식 때는 화환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화’ 사건은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대구 물갈이설’로 이어졌다. 유 의원이 부고(訃告)를 낸 지난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총선출마 뜻을 내비치며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의 연쇄 출마 신호탄으로 이어졌다. 친박계 윤 의원과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빈소에서 물갈이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역설하기까지 했다.

반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무산과 당 공천특별기구 구성 난항 등으로 입지가 흔들린 김무성 대표는 상가(喪家)에서 1시간 넘게 머물며 유 의원을 위로했다. 비박(비박근혜)계 정병국 의원은 “인위적 물갈이는 필요하지 않다”며 전략공천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