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김세일(38)은 지난 7월 서울시오페라단에서 국내 초연된 바로크 오페라 ‘오르페오’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돈 조반니’의 돈 오타비오 역에 이은 두 번째 무대로 테너 중에서도 가장 가볍고 밝은 음색을 지닌 라이트 리릭 테너의 매력을 십분 전달했다. 19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는 휴고 볼프의 ‘페레그리나’와 로베르트 슈만 ‘케르너의 시에 의한 12개의 가곡’, 슈베르트 ‘도나우에서’ 등을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세일은 “어렸을 때부터 시를 좋아해서인지 시를 가사로 붙인 가곡을 매우 좋아한다”면서 “관객들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담백한 예술가곡의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악계 거장 니콜라이 겟다, 프랑코 코렐리에게서 배운 그는 오페라, 오라토리오(종교적 극음악), 예술가곡 그리고 바로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와 장르 및 언어를 초월하는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특히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출신 성악가로는 보기 드물게 유럽에서 에반겔리스트(Evangelist)로 활동하고 있다.
복음사가, 즉 복음서를 집필한 저자를 뜻하는 에반겔리스트는 바흐가 성경의 4대 복음서(마태·마가·누가·요한) 가운데 수난 복음을 합창곡으로 만든 수난곡에서 주인공인 동시에 해설자 역할을 한다. 테너는 에반겔리스트, 베이스가 예수를 맡는 등 솔리스트 성악가들이 상황에 따라 역할을 달리해 노래를 부른다. 에반겔리스트는 정확한 가사 전달력과 경건하고 섬세한 음색이 요구돼 동양인이 유럽 무대에서 이 역할에 캐스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라토리오나 수난곡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기독교와 함께 발전해온 유럽 문화와 클래식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장르다. 특히 수난곡은 유럽 합창음악의 최정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출가가 필수적인 오페라와 달리 오라토리오에서는 성악가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밀도 있게 연기해야 한다”며 “수난곡은 에반겔리스트가 극을 이끌고 간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예고에 다니다 이탈리아로 건너간 그는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뒤 스위스 제네바 음악원과 취리히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을 거쳤다.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2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최고 성악가상을 받고 네덜란드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베를린국립오페라극장 등의 무대에 서며 주목을 받았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며 처음 접한 오라토리오와 수난곡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요즘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것도 북유럽이 고음악과 종교음악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매년 사순절부터 부활절까지 전국에서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300회 정도 연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 1주일에 3∼4회 에반겔리스트로 출연하는 그는 “유럽에서 가장 떠들썩한 휴가철인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저에겐 가장 바쁜 시기”라며 웃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유럽서 복음사가로 활동중인 테너 김세일 “매년 부활절 시즌이 제겐 가장 바쁜 시기죠”
입력 2015-11-10 19:21 수정 2015-11-10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