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 확실하다. 이로써 미얀마에서 반세기 넘게 유지돼 온 군사독재는 곧 막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NLD는 양곤과 아예야르와디, 바고, 몽 등 4개 주에서 상·하원에 걸쳐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했다. 이 추세는 나머지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악의 독재국가’로 분류됐던 미얀마에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낸 수치 여사와 NLD, 미얀마 국민에게 박수를 보낸다.
물론 미얀마의 민주화 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우선 NLD가 집권하더라도 군부의 영향력은 잔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 헌법에는 의회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드러난 일방적 표심을 감안할 때 NLD의 단독 집권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당이 최종 개표 결과 전체 의석의 8.3% 이상만 확보해도 할당 몫 25%를 포함해 의석수가 33.3%를 넘어섬으로써 헌법 개정, 주요 정책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수치 여사는 외국 국적 배우자나 자녀를 둔 국민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현행 헌법상 내년 2월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돼 있다. 영국인 학자와 결혼했던 수치 여사는 영국 국적의 두 아들이 있다. 그밖에도 미얀마 최대 정치 실세중 한 사람인 군총사령관은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3개 부처 장관 임명권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NLD가 의회를 장악해도 개헌 등을 놓고 군부와 한판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화가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졌다. 군부의 영향력이 건재하다 하더라도 미얀마 국민의 강렬하고도 한결같은 민주주의의 염원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미얀마라는 국호를 거부하고 ‘버마’라고 부르면서 수치 여사와 NLD 활동보장 등을 요구함으로써 군부독재에 압력을 가해 왔다. 이런 국제적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수치 여사와 NLD가 총선 압승의 동력을 잘 이어가면서 개혁을 통해 이제 갓 피어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연착륙시키길 기원한다.
[사설] 아웅산 수치와 NLD, 그리고 미얀마 국민의 승리
입력 2015-11-10 18:49 수정 2015-11-10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