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편찬과 관련,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집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왕에 국정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다면 최고 수준의 집필진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집필진의 수준이 떨어지면 교과서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권위를 확보하기도 힘들다. 박 대통령의 당부는 이런 우려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최고의 집필진을 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 36명 중 대표 집필진을 제외한 25명을 공개모집한 결과 “지원자가 25명은 넘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원자가 그다지 많지는 않아 보인다. 적지 않은 역사학자와 교사들이 국정화 반대 및 집필 거부를 선언한 데다 집필 참여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과 신상털기가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편은 집필진 선정 결과를 13일 개별 통보한 뒤 20일까지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이다. 지원자들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초빙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고자 한다면 삼고초려를 마다해선 안 된다. 짧은 제작 기간에 부담을 느껴 졸속으로 집필진을 구성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교과서가 완성될 때까지 집필진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데 이 원칙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수능시험 출제자처럼 합숙하지 않는 한 중도에 신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일부라도 주변의 압력을 받아 집필을 중도 포기할 경우 큰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집필진으로부터 양해를 구해 처음부터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이런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신상털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당당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역사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사설] 삼고초려해서라도 최고 집필진 구성해야
입력 2015-11-10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