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개최한 제31회 총회 입법의회 둘째 날 회무. 격론 끝에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 금지안’이 통과되자 회의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징검다리 세습은 담임목사가 은퇴하면서 제3의 인물을 후임으로 청빙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자녀 등을 다시 청빙해 교회를 대물림하는 편법이다. 해당 법안이 담긴 장정 개정안은 목사의 사직 후 10년 동안 자녀나 배우자의 청빙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찬성 212표, 반대 189표를 받으며 가결됐다.
당시 개정안 발의를 주도한 단체는 장정수호위원회(장수위). 최근 인천 중구 덕교교회(김교석 목사)에서 만난 장수위 위원장 김교석(55) 목사는 “법안 통과를 자신하진 못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가 교회 세습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변칙적으로 이뤄지는 대물림까지 막기 위해 제출했습니다. 부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법안이 통과되는 걸 보며 감리교단 구성원의 개혁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 목사가 법안 통과를 확신할 수 없었던 건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표를 앞두고 진행한 찬반 토론에서 일부 회원은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목회자 자녀에 대한 역차별’이라거나 ‘법안이 통과되면 감리교회에 세습이 많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법안이 가결되자 한 회원은 “감리교회 망신이다”고 외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 자녀에 대한 역차별 운운하는 발언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교회 대물림은 정말 창피한 일”이라며 “교회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교회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진짜 자식을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게 바른 길입니다.”
장수위는 기감 감독회장 선거가 파행으로 치러지면서 교단이 내홍에 휩싸인 2009년 발족한 단체로 감리교신학대 목원대 협성대 등에서 수학한 1970년대 학번 목회자들로 구성돼 있다. 장수위 위원들은 입법의회 당시 회원 169명의 서명을 받아 징검다리 세습 금지안을 현장 발의했다.
개정안은 ‘징검다리 세습’을 막는 데는 얼마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교회를 설립한 후 배우자나 자녀, 자녀의 배우자에게 지교회 담임목사로 가게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인 교회 목회자들끼리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에게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등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김 목사는 “다양한 변칙 세습을 모두 막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의 생각”이라며 “세상의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김교석 목사 “교회 개인 소유물 아냐… 대물림 창피한 일”
입력 2015-11-10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