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에서 일부 탈핵단체가 추진하는 원전 관련 찬반투표를 놓고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영덕군과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현지 주민들은 찬반투표 자체의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투표 과정이 외부 검증 없이 탈핵단체 주도로 이뤄져 신뢰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탈핵단체 및 일부 영덕 군민들로 구성된 ‘영덕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정부가 영덕군 석리 일대에 설립하겠다고 밝힌 ‘천지원전’에 대해 찬반의견을 묻는 투표를 11일부터 이틀간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영덕천지원전추진특별위원회 등 원전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주민투표의 대상이 아닌 국가사무에 대해 주민의견을 묻는다는 점에서 이번 투표의 법적근거가 없고, 투표인명부의 객관성 등 세부사항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비판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탈핵단체들이 작성한 선거인명부의 객관성과 투명성이다.
투표를 주도하는 탈핵단체들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기관이 협조를 해주지 않아 자체적으로 투표인명부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전 찬성쪽 주민들은 이번 투표인명부가 길거리 서명인과 집회 참여자 위주로 작성됐기 때문에 주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고 투표용지 인쇄, 투표소 설치, 투표 진행 관리 및 감독, 개표 및 검표계획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총 투표권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투표에 참여해야 유효한지 기준이 없는 것도 결정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서울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처럼 법률에 근거를 둔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투표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번 투표처럼 그런 기준 없이 투표가 진행되면 탈핵단체들이 결과를 입맛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덕군발전위원회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민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투표참여의향 조사에서는 54%가 불참의사를 밝혀 유효투표율을 둘러싼 논란도 예고된다.
‘영덕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2010년 원전 유치 추진 당시 군이 전체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것은 주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전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재정자립도가 10%에 못 미쳐 나날이 복지수준이 곤두박질치는 영덕사정을 외부 단체들은 모른다”며 “명분도 실익도 없는 소모적인 주민투표로 지역 공동체 분열과 주민 갈등이 증폭돼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영덕=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영덕 원전 투표 공정·객관성 논란… 갈등만 증폭
입력 2015-11-10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