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9번(정통 스트라이커를 상징하는 번호)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선 볼만 주면 알아서 골을 뽑아내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같은 9번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대신 부지런히 뛰며 전방을 압박하는 스트라이커를 선호한다. 이정협(부산 아이파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정협은 부상 여파로 2018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미얀마전(12일 오후 8시·수원월드컵경기장)과 라오스전(17일 오후 9시·라오스 비엔티엔)에 출전하지 못한다. ‘슈틸리케호’의 원톱 자원들에게 이번 2연전은 입지를 다질 절호의 기회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1위인 미얀마는 48위 한국을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올 게 뻔하다. 한국의 공격 선봉엔 석현준(비토리아FC)이나 황의조(성남FC)가 선다. 공격수로 뽑힌 둘은 이번에 세 번째로 원톱 경쟁을 벌인다.
지난 9월 3일 라오스전(8대 0 승), 8일 레바논전(3대 0승)에서 처음 경쟁을 벌인 두 선수는 10월 8일 쿠웨이트전(1대 0 승), 13일 자메이카전(3대 0 승)에서도 경쟁을 펼쳤다. 석현준이 라오스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기세를 올리자 황의조는 자메이카전에서 골을 넣으며 응수했다. 다음 월드컵 예선이 열리는 내년 3월 이정협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에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원톱 경쟁자로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도 있다. 미드필더로 발탁된 지동원은 쿠웨이트전과 자메이카전에선 공격수로 분류됐다. 자메이카전에서 A매치 22경기 만에 골 맛을 본 지동원은 지난 6일 시즌 2호 골을 터뜨리며 달아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다. 지동원은 10일 귀국 후 “(구자철, 홍정호 등) 대표팀에서 같이 공을 차던 선수들과 소속팀에서 같이 즐겁게 한 게 컨디션을 올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번 2연전에서) 운이 따라 주면 득점도 가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동안 슈틸리케 감독이 꺼내든 원톱 카드는 5장 정도다. 이정협과 석현준, 황의조, 지동원, 김신욱(울산 현대) 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8월 동아시안컵 당시 김신욱을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활용했다. 하지만 대표팀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을 이번에도 예비명단에 올렸다. 김신욱은 리그에서 17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대표팀 스타일에 맞추지 못할 경우 ‘슈틸리케호’ 재승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한때는 없어서 고민했는데 지금은 카드가 5장… 슈틸리케호 원톱 승자는?
입력 2015-11-10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