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살인 다이어트 권하는 사회

입력 2015-11-10 18:20

체질량 지수(BMI·Body Mass Index)는 비만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상 범위는 18.5∼24.5다. 17은 엄청나게 마른 편, 16은 심각한 기아 상태다. 예를 들어 모델의 키가 170㎝일 때는 체중이 최소 54㎏ 이상, 175㎝일 때는 57㎏ 이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에서는 수년 전부터 BMI를 기준으로 일정 수치 이하의 모델이 런웨이(모델이 걷는 무대)에 설 수 없도록 입법화하고 있다. 스페인은 2007년 법으로 BMI 18.5 이하 모델을 퇴출시켰고, 이스라엘은 2013년 BMI 18.5 이하 모델의 광고 출연을 금지했다. 프랑스도 지난 4월 깡마른 모델을 패션업계에서 활동할 수 없게 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BMI가 일정 수치 이하일 때는 모델로 활동할 수 없고, 규정 미달의 모델을 고용하는 업주나 패션업체에는 최대 징역 6개월에 7만5000유로(약 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6월에는 영국이 나섰다. 영국 광고심의위원회가 패션잡지 ‘엘르(Elle)’에 비쩍 마른 모델을 등장시킨 패션 브랜드 ‘생 로랑’의 광고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앙상한 갈비뼈에 종아리와 허벅지 굵기가 똑같은 저체중 모델을 이용한 광고는 무책임하다”고까지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자아이들(만 5∼17세)의 다이어트 몰입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디어에 비치는 아이돌 그룹이나 모델 등 지나치게 마른 몸매를 기준으로 삼는 왜곡된 문화 때문에 일찍부터 살을 빼려는 여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꿀몸매’로 불리며 요즘 광고계의 대세로 떠오른 설현(걸그룹 AOA 멤버)의 체형을 BMI로 환산하면 16.8에 불과하다. 이런 모델을 닮으려고 하니 여학생들이 살 빼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