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이 계속 엇박자를 낸다. 한쪽에서는 금융의 보신주의가 문제라는데 다른 쪽에선 관치금융이 문제라고 한다. 오후 4시에 점포 문을 닫는 은행을 게으르다고 질책했더니 잔무처리 등으로 퇴근시간이 늦은 실상을 모르는 소리라며 반발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성과주의 문화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니까 과당경쟁이 오히려 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불완전 판매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 간 금융개혁의 지향점이 달라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실효성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
정부는 신설 금융개혁 현장중심반으로 하여금 현장을 방문해 개혁과제를 발굴케 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순으로 보기보다 창조경제와 기술금융 등 정부정책 지원을 위한 당근으로 본다. 정부의 규제완화 주장도 같다. 정부는 더 이상 그림자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규제완화를 ‘절대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절절포’ 발언이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미덥지가 않은 것이다. 우선 정부의 진의를 잘 알지 못한다. 게다가 후일 정부가 규제·감독의 강화로 다시 선회할 수 있는데, 그리 되면 모든 비용은 결국 금융회사 자신의 부담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랜 관치의 관행 속에서 정부 리스크를 우려하는 것인데, 금융회사만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가 정책과 규제완화 등을 법으로 보장하거나 또는 시장을 설득할 만한 확실한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이는 물론 어려운 일이고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어쩌면 이번 금융개혁의 고려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개혁이 성공하려면 이것이 금융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 금융이 규제산업인 만큼 정부가 금융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확히 같은 이유로 금융개혁의 성패는 법과 제도를 얼마나 올바르게 바꾸어가는가 그리고 정부 스스로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금융엔 미해결 과제들이 많다. 당연히 해결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금융권 간 지향점이 다르거나 또는 그 밖의 이유로 해결이 늦어지고 있는 과제들이다. 비근한 예로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해결을 시도했던 네 가지 과제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감독기구 독립을 꺼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는 KB금융 사태를 겪은 후 지난 7월 관련법이 통과됐으나 지속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문제는 최근 모뉴엘과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평가돼 재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경남은행과 우투증권 매각을 거쳐 우리은행만 남겨놓고 있는데, 매각을 서두르는 게 기회비용을 줄이는 첩경이다. 이들 과제의 해법이 쉬워 보이지 않지만 관치금융 차단과 정부 영향력 축소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래서 정부는 관련 해법 제시를 금융개혁 의지 표명을 위한 시그널로 사용할 수 있다.
엇박자가 더 이상 확대되기 전에 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 금융의 비전과 역할 설정 또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윤석헌(숭실대 교수·금융학부)
[경제시평-윤석헌] 엇박자 금융개혁
입력 2015-11-10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