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사람 안에 드는 일

입력 2015-11-10 18:49

사람과의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 관계 속에서 삶은 행복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좋은 사람이 내게로 와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 어떤 것보다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일 수 있다.

나무의 뿌리가 엉키지 않고 영양분을 잘 흡수하고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간격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데, 작가 칼릴 지브란은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현악기 줄처럼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는데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의 관점으로 남을 받아들이려다보니 너무 가까우면 갈등이 생기기 쉽고 의도와 상관없이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인정받고 사랑받는 일에 허기져 있는데 갈등까지 생기면 관계가 깨어지기 십상이다.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적정한 거리는 사람의 영혼 안에 오롯이 혼자 이루어가는 자기공간이 존중받을 수 있는 만큼의 거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집착이나 미움으로부터 벗어나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좋은 관계를 위해 필요할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사람 속으로 찾아드는 송년모임이 많아지는 때가 왔다. 만남 속에서 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돌아서면 마음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허망한 관계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끝까지 남는 소중한 인연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람 간의 좋은 마무리는 좋은 시작을 부른다. 너무 가깝다보니 순간 마음을 밀쳐내 깨어진 관계, 너무 멀어 그 마음을 챙기지 못한 관계를 회복할 수도 있는 때이다. 찢기고 깨지고 까칠한 관계를 회복하고 그 마음 안에 드는 데 진심만큼 강한 기제는 없을 것이다. 진심은 영혼에 울림이 크고도 아름답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