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화병] 及時雨 같은 경찰을 꿈구며

입력 2015-11-10 18:22

충청권에서 시작된 가뭄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양산박 의적들의 활약상을 그린 수호전이 떠올랐다. 양산박 의적들 중 최고 두령으로 송강(松江)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송강의 별명이 급시우(及時雨)였다. ‘때를 맞춰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마치 하늘이 비를 기다리는 농사꾼의 마음을 헤아려 때맞춰 비를 내려주는 것처럼 송강도 주변사람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성심성의껏 도와줬다고 한다.

과거 경찰은 범죄의 예방과 범인 검거라는 역할이 우선시되었고,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관심은 다소 소홀했다. 피해자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경찰 임무에 대한 패러다임이 최근 바뀌고 있다. 창경 70주년을 맞아 우리 경찰은 2015년을 ‘피해자 보호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피해자와 최초로 접하는 경찰관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피해자보호제도를 올해 초 신설해 추진하고 있다. 각 지방청과 경찰서마다 피해자보호전담팀(경찰관)을 두어 타 기관과 연계해 경제적·심리적·법률적 지원뿐 아니라 신변보호 등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부산금정경찰서의 경우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과 사회단체, 병원 등 12개 관계 기관과 MOU를 체결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담체계를 구축했다. 하나의 사례를 들면, 상해로 인한 범죄 피해자가 중태에 빠져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부인은 감당키 어려운 치료비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충동 등으로 힘든 상태였는데, 이를 알고 경찰관이 구청 및 관련 단체와 협의해 병원비의 90% 이상을 지원했고, 심리치료를 받게 해 주었으며, 추후 가해자와의 합의가 안 되더라도 무료법률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예정이다.

범죄 예방에 노력을 다하는 것이 경찰 본연의 역할이지만 범죄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 그 피해자가 스스로 용기를 가지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피해자가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때 국민들이 경찰에게 급시우라는 별명을 붙여주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박화병 부산금정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