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정치의 길로 이끈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유 의원을 내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 전 총재는 9일 유 의원 선친인 유수호 전 의원 빈소를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께서 유 의원을 배신의 정치 운운하면서 질타하는 것을 TV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유 의원 같은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정치인을 내칠 게 아니라 보듬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재임 시절인 2000년 유 의원을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발탁해 정계에 입문하게 했다.
이 전 총재는 “나는 박 대통령을 지지했고, 앞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동시에 유 의원은 소신 있고 능력 있는 의원으로 평소에 참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이자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구시민은 의리와 기개, 기골의 정신으로 나라와 경제가 어려울 때 바로 세우고 앞길을 선도한다고 자부한다”며 “소신의 정치인인 유승민을 키우고 밀어줬으면 하는 게 나의 솔직한 바람”이라고 지원했다. 유 의원은 이 전 총재가 발언하는 동안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조문 이틀째에도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방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황진하 사무총장 등 지도부도 이날 국회 일정을 마치고 빈소를 찾았다. 김 대표가 찾아오자 유 전 원내대표는 직접 가족들을 소개했고, 김 대표는 “유 전 의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식사자리에서 유 의원과 한선교 의원을 가리키며 “박 대통령을 위해 참 열심히 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빈소에서는 대구 물갈이론을 놓고 어수선한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초선일 때 대구에서 7명이 물갈이됐다”며 전날 윤상현 의원의 물갈이 발언을 긍정했다. 그러나 원유철 원내대표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대구=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조문 간 이회창 “배신의 정치 운운 가슴 아파… 朴 대통령, 성공하려면 유승민 끌어안아야”
입력 2015-11-09 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