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 비전 밝혀라”… 문재인 대표 압박 가속화

입력 2015-11-09 21:10
새정치민주연합에서 10·28 재보선 참패 이후 ‘문재인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비주류 측은 문 대표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9일 ‘문재인 대표는 총선 승리의 비전을 밝혀라’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집모는 성명을 통해 “문 대표는 거듭되는 재보궐 선거 패배에 책임지는 모습도 없고, 총선 승리를 위한 뚜렷한 비전과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문 대표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 전 오찬회동을 갖고 ‘통합전당대회’와 ‘조기선거대책위원회’ 등 새 지도부 구성 방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문병호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과 당원에게 문 대표 독주로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야권 전체가 한 세력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통합전당대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날 모임에는 이종걸 원내대표도 참석해 문 대표와의 균열 양상도 드러났다.

‘광주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도 지도부 개편 요구에 가세했다. 송 전 시장은 새정치연합이 주최한 ‘지방자치정책전당대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새로운 공동지도부가 빨리 출범해서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나 여러 요소를 해소하고 당을 통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전 시장은 공동지도부 구성원으로는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거론했다. 다만 박 시장은 공동지도부에 자신이 이름이 언급됐다는 질문에 “당에서 다 알아서 잘 하지 않겠느냐”며 “가정법을 가지고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갈등이 계속되자 외부에서 ‘구원투수’를 찾는 모습도 나온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이날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초대해 강연회를 열고 “꿈이 현실로 이뤄지게끔 역할을 해달라는 청을 한다”며 적극 구애에 나섰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우리 당이랑 같이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다른 데 관심을 둘 겨를이 없다”며 “정치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손학규 역할론’도 계속 나오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 총선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다만 통합선대위, 통합전대가 혁신안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계파별 공천 나눠먹기밖에 안 된다”고 경계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