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 누비는 ‘전동휠’ 法은 모르쇠… 위험한 질주

입력 2015-11-09 19:32 수정 2015-11-09 21:44
운전대가 있는 세그웨이사의 전동휠 ‘세그웨이’.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지난달 24일 전북 전주 한옥마을로 여행을 갔다가 아찔한 장면을 목격했다. 유치원생 아들과 ‘세그웨이’(운전대가 있는 1인용 전동휠)를 타고 있던 A씨(37·여)가 한 가정집 대문을 들이받으면서 타박상을 입었다. 순식간이었다. A씨는 보호장비도 하나 없이 세그웨이를 탔다. 그나마 아들은 헬멧을 쓰고 있어 부상을 입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부딪혔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한옥마을에는 관광객들이 좁은 골목길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세그웨이를 빌려주고 있다. A씨는 안전수칙에 대해 듣지 못했다. 그저 아이만 헬멧을 쓰면 된다고 했다.

주부 신모(62)씨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의 보행자도로를 걷다가 빠르게 달려오는 세그웨이를 피하지 못해 넘어졌다. 신씨는 “워낙 빠른 속도로 오다 보니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신씨는 보행자도로에 세그웨이가 달릴 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동휠(전동스쿠터와 전동킥보드 등)이 ‘도로 위의 무법자’로 전락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전동모터를 달고 있는 전동휠은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동휠은 주로 주행용과 레저스포츠용으로 쓰인다. 운전대가 있는지부터 바퀴 크기, 출력 등에 따라 사양은 제각각이지만 타는 방법은 간단하다. 탑승한 뒤 무게중심을 옮기며 방향을 바꾸기만 하면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최근에는 가격과 제품군도 다양해지고 있다. 수십만원부터 1000만원이 넘는 고가제품까지 있다. 중국의 전자업체 샤오미가 지난 3일 현지 판매모델인 ‘나인봇 미니’를 1999위안(36만원 상당)에 내놓으면서 전동휠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동휠에 맞춘 안전 주행규정이나 관련 법규는 전무한 실정이다. 9일 취재진이 세그웨이, 나인봇 등 전동휠 브랜드 10곳의 대표 판매 사이트를 비교했더니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주의 문구가 적혀 있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여기에다 전동휠을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를 두고 경찰조차 말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최대 속도가 시속 20㎞에 이르는 전동휠은 보행자도로, 자전거도로, 일반도로를 넘나들고 있다.

도로교통법에서 전동휠 탑승자와 보행자를 보호할 근거도 없다. 현행법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배기량 50㏄ 미만, 전기동력으로 하는 경우 정격출력 0.59㎾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는 이륜·승용·승합·화물·특수차량으로 구분되는데 전동휠은 어떤 범주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시판 중인 전동휠은 정격출력이 0.3∼1.5㎾로 다양해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해 단속한다 해도 혼란을 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스스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타는 수밖에 없다”며 “관련법이 개정되고 이에 대한 홍보와 계도 활동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애매하지만 일단 전동휠을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동휠은 원칙적으로 보행자도로를 다닐 수 없다. 전동휠을 타고 보행자도로로 다니다가 보행자와 부딪혔을 때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보도침범위반 중과실 사고나 형법상 과실치사상으로 분류돼 형사입건까지 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행자와 탑승자 모두 이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 보험 가입이 되지 않아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이를 처리할 기준도 막막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