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9일 정상회담] 오바마·네타냐후 어렵게 마주앉았지만…

입력 2015-11-09 21:5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냉랭한 양국 관계의 개선을 모색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이란 핵협상 등 첨예한 현안을 사이에 두고 부침을 겪고 있는 양국이 미국의 ‘군사원조 확대’를 지렛대 삼아 ‘혈맹’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경직된 긴장국면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 자리였다.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가 총선 승리로 4선 연임에 성공한 이후 첫 만남이자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이후 11개월 만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최근 격화되고 있는 이-팔 폭력사태와 시리아 사태, 이란 핵협상 이행 등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2017년 만료되는 10년 기한의 양국 간 군사원조 양해각서에 대한 갱신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 현재 미국으로부터 연간 31억 달러(약 3조5857억원)에 달하는 군사원조를 받아 온 이스라엘은 그 규모를 연간 50억 달러(약 5조7835억원)로 확대·갱신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방미를 앞둔 8일 성명을 통해 “향후 수십 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군의 지원을 명확히 할 중요한 기회”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일련의 ‘신뢰구축’ 구상을 회담을 통해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최대 치적으로 남길 이란 핵협상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서라도 ‘근래 20년간 최악’으로 평가받는 협상 반대의 ‘핵’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해빙무드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이-팔 갈등을 포함한 중동 긴장의 해소와 관련해 진전된 합의도 절실한 상황이다. 무기지원 확대를 통해 이스라엘을 달래면서 위기에 봉착한 이-팔 평화 공존과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네타냐후 정권의 확실한 메시지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

미 CNN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군사원조에 대한 결론이 나긴 이르고, 회동 밖 물밑에서 두 국가 해법 등 평화 협정을 협상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의 중동평화 특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 역시 뉴욕타임스를 통해 “두 정상이 현안을 보는 관점차가 매우 커서 미봉책 이외에 뭔가를 만들어낼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8일 서안지역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이 차량을 몰고 이스라엘인 군중 사이로 돌진해 4명이 부상했고, 운전자 역시 경찰의 총격에 사망했다. 시위·테러와 보복 조치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 73명이 이스라엘 군경과 충돌 과정에서 숨졌고, 이스라엘 역시 한 달 사이 9명이 희생됐다. 싱크탱크 미국발전센터(CAP)의 브라이언 카툴리스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오바마 정부의 적극적인 관여가 없다면 이-팔 갈등은 급격히 큰불로 번져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