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보호 위한 바다목장·바다숲 사업] 해초·해조류 심어 ‘갯녹음’ 막는다

입력 2015-11-09 20:42
4월 5일만 식목일인 건 아니다. 5월 10일도 식목일이다. 차이점이라면 4월 식목일이 육지에 나무를 심는 날이라면 5월 식목일은 바닷속에 해조류를 심는 날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바다 식목일’ 얘기다. 정부가 나서서 바다 식목일을 따로 지정한 것은 한반도 인근 바닷속 생태계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백화현상이라고도 불리는 갯녹음은 1992년 제주해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갯녹음은 해수 온도 상승 등의 이유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그 자리를 뒤덮는 현상이다. 갯녹음 면적은 2008년 1만5000㏊로 확인됐고, 확산 속도는 연간 1200㏊다.

정부는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바다 식목일을 지정하는 한편 바다숲(사진)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바다숲 조성 사업은 민둥산을 푸른 숲으로 가꾸는 지상 녹화 사업과 마찬가지로 갯녹음을 겪고 있는 바닷속 지면에 해조류를 심는 작업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고압 분사기로 석회조류를 제거해 해조류의 자생을 돕거나 콘크리트에 해조류를 심어 해저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바다숲 조성 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9일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바다숲 조성 전과 비교했을 때 조성 후 출현 생물 종 수는 128% 늘었다. 해조류가 풍성해지면서 수산생물의 서식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그 효과는 확인됐다. 미국 플로리다 인근 해역의 경우 지난 100여년간 바다숲의 80%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돼 1990년대 초반부터 정부와 민간단체는 해초류(海草類)를 심는 방식으로 바다숲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따뜻한 플로리다 해역에서는 해조류보다 해초류가 더 잘 자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생태계가 회복돼 2006년에는 플로리다 해역에서만 1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물고기가 잡혔다. 플로리다 바다숲의 가치는 554억 달러로 평가되기도 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909㏊에 달하는 면적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그러나 바다숲 조성 면적은 연간 1000㏊를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갯녹음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해 3078㏊의 해역에 걸쳐 바다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총 3만5000㏊의 바다숲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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