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 보니… 청년 취업난 뒷면엔 中企 구인난, 대기업의 7배

입력 2015-11-09 20:53

청년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산업연구·기술 현장에서는 정작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이 여전하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인력부족은 대기업의 7배에 달할 정도로 대·중소기업 간 기술인력 격차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기술인력 중 20, 30대 비중이 낮아지는 등 청년 고용 미스매치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산업기술인력 부족 인원은 3만6383명이었다. 전국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체 9만3739개 중 표본업체로 선정된 1만115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산업기술인력은 연구·개발(R&D)자나 기술직 종사자, 생산·정보통신 업무 관련 관리자, 기업 임원 근무자 등을 지칭한다.

산업기술인력의 부족함을 보여주는 산업인력 부족률은 지난해 말 기준 2.3%로 전년보다 낮아져 2011년 이후 하락하는 추세를 이어갔다. 산업 전반으로 볼 때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500인 미만 중소·중견 사업체로 들어가면 사정은 다르다. 전체 부족인원의 95.3%(3만4656명)가 모두 500인 미만 사업체에 집중됐다. 500인 미만 사업체의 인력 부족률은 3.0%에 달한 반면 500인 이상 사업체는 0.4%에 불과할 정도로 인력 부족 현상의 격차도 컸다. 적극적으로 인력 채용을 시도했는데도 구하지 못한 ‘미충원 인력’은 1년 전보다 12.0%나 증가했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이 계속되는 것은 전형적인 ‘인력 수급 불균형(미스매치)’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임금 등 근로조건이 눈에 차지 않아 애초에 기피하거나 취업했더라도 쉽게 이직하는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수준의 기술력 등을 가진 지원자를 찾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기술인력 부족의 원인으로 ‘인력의 잦은 이직이나 퇴직’(26.8%) ‘직무 수행을 위한 자질과 근로조건에 맞는 인력 부족’(23.9%) 등이 꼽혔다.

미스매치 심화의 또 다른 이유는 청년들이 첫 직장을 구하려 하는 것과 달리 기업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기술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미미한 중소기업일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숙련기술자를 원하는 현상은 경력직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신규채용 근로자 중 경력직 비중은 올해 45.0%로 지난해보다 1.0% 포인트 늘어났으며 내년 채용 예정에서도 경력직 비중이 48.6%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직 선호는 청년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산업기술인력 중 20대(29세 이하)와 30대(30∼39세) 인력은 전년보다 각각 13.3%, 7.7% 줄어든 반면 40대와 50세 이상 산업인력은 증가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