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내 여성 첫 소방서장… 원미숙 횡성소방서장 “소방 업무도 여성의 섬세함 필요합니다”

입력 2015-11-09 20:15
원미숙 횡성소방서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에서 2015년 여성 1호상을 수상하는 모습. 횡성소방서 제공

“남성, 여성을 떠나 모든 소방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소방관이 되겠습니다.”

화마(火魔)로부터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전국 최초’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로 소방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여성 소방관도 있다.

지난 9월 전국 처음으로 ‘여성 소방서장’이 된 원미숙(57) 강원도 횡성소방서장이다.

원 서장은 소방의 날인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섬세함을 강점으로 삼아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소방공무원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 서장은 1978년 소방공직에 입문, 전국 첫 여성 소방위(1996년), 최연소 여성 소방경(2002년), 최초 여성 소방령(2008년), 최초 여성 서장급(소방정·2014년)에 오르는 등 여성 소방관으로 ‘최초’의 기록을 다수 갖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50회 전국여성대회에서 ‘2015년 여성 1호상’을 수상했다. 올해 신설된 ‘여성 1호상’ 타이틀도 그녀가 처음으로 거머쥔 것이다.

원 서장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를 스스로 돌이켜 보게 됐고, 더 열심히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뜻에서 이 상을 준 것 같다”면서 “큰 부담과 사명감을 갖고 도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30여년 전 처음 제복을 입었을때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현장 출동대원의 업무보조였다. 당시 여성 소방관에게 현장 출동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돼 낮에는 행정업무를 보고, 밤에는 스피커 차량을 타고 화재취약지역을 다니며 ‘담뱃불을 조심하세요’ ‘사용하지 않는 전기코드를 꼭 뽑읍시다’라고 외치며 불조심 홍보방송을 하고 다녔다.

일선 현장에 뛰어는 것은 1998년 원주시 단구 소방파출소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여성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남자다운 카리스마로, 평상시에는 엄마 같은 포근함으로 직원들을 끌어안고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후 그녀는 원주소방서 소방행정과장, 중앙소방학교 교육훈련팀장, 강원도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장 등을 거쳤다. 특히 2011년 3월엔 일본 대지진 현장에 중앙119구조단 총괄지원팀장으로 현지에 급파돼 맹활약하기도 했다.

원 서장은 “‘최초의 여성소방서장’ 타이틀을 내려놓고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소방공무원이 되기 위해 모든 역량과 정성을 쏟아붓겠다”면서 “모든 소방공무원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주어진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횡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