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부 부룬디에서 또다시 피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외신들과 국제기구들이 일제히 전했다. 특히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8일(현지시간) “지금은 정부군에 의한 대규모 학살극이 임박한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영국 BBC방송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부룬디 정부군과 경찰은 수도 부줌부라 및 주변의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경은 특히 집집마다 방문해 반정부 인사들을 살해하거나 체포,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룬디는 피에르 은쿠룬지자(52) 대통령이 지난 4월 헌법에 반해 3선 도전을 선언한 이후 시위와 쿠데타 등이 발생해 지금까지 200여명의 반정부 인사들이 숨졌다. 정치적 갈등이지만 동시에 종족 분쟁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은쿠룬지자는 다수 종족인 후투족(85%) 출신이며, 반대파는 소수 민족인 투치족(14%)과 그동안 중립적 입장을 지켜온 일부 군부 세력이 중심이 돼 있다.
은쿠룬지자는 지난 7월 대선에서 70%의 지지로 3선에 성공했으나 반대파들은 투쟁을 선언하고 테러로 맞서고 있다. 이에 은쿠룬지자는 최근 포고령을 통해 반대파에 지난 7일 자정까지 모든 총기를 자진 반납하라고 최후통첩했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해 처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반대파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대규모 학살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분쟁감시단체인 국제위기그룹(ICG) 관계자는 NYT와 인터뷰에서 “부룬디의 현 상황은 1990년대 80만명이 숨진 이웃나라 르완다 대학살 국면과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집권당 출신인 레베리엔 은디쿠리요 상원의장은 최근 공개연설에서 “반대파는 숲으로 도망칠 생각을 하지 마라. 숲에도 이미 지뢰를 설치해 놓았으며 차라리 집에서 최후를 맞으라”고 협박했다.
국제사회가 부룬디의 상황을 우려하는 까닭은 ‘학살의 경험’ 때문이다. 부룬디는 1993∼2005년 후투족과 투치족 간 내전으로 30만명이 희생된 전례가 있다. 또 르완다에서의 대학살 경험이 부룬디 정치 지도자들을 ‘학살’에 둔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울러 은쿠룬지자는 투치족 출신이 정권을 장악한 르완다가 자국 반대파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어, 자칫 이번 사태가 국가 간 대립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에 르완다의 폴 카가메(58) 대통령도 TV에 출연해 “은쿠룬지자가 살인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부룬디 ‘제2의 르완다’ 될라… 대통령 3선 성공 후 반대파 처단 “르완다식 대학살 임박” 우려
입력 2015-11-09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