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中·대만은 ‘하나의 중국’ 재확인했는데… 국제사회 ‘두개의 한국’ 굳어지나

입력 2015-11-09 22:11 수정 2015-11-09 22:30
중국과 대만이 66년 만에 역사적인 양안(兩岸)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은 하나’임을 재확인했지만, 한반도에선 반대로 ‘두 개의 한국’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한국’을 분명히 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永九) 대만 총통은 지난 7일 정상회담에서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92공식이란 1992년 양안의 반관영 민간단체가 도출한 원칙으로, 양측은 ‘대만이 분리 독립을 하지 않는다’는 대전제 하에 각자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합의했다.

‘한반도판 92공식’이 없는 건 아니다.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는 전문(前文)에서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헌법 3조 또한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해 ‘하나의 한국’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북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니 국제법 차원에서 일단 국가로 인정하되 민족 내부 차원에서는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까지 국제법적 관계가 되면 곧 영구 분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남북은 분리된 두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우리 헌법은 국내법이라는 한계가 있으며, 남북기본합의서 또한 유엔 사무국에 등록되지 않아 국제적 효력이 없다. 한·싱가포르, 한·EU,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은 개성공단 생산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우리 교역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미 FTA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다. 최근에는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이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인식을 제대로 불식하지 못하면 통일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 측의 관할권을 인정받기도 어려워진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를) 국가 간 관계로 보게 되면 통일 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이는 미·중·러·일 등 주변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주도적인 한반도 상황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