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찔끔개각’ 말고 인사쇄신으로 내각 활력 찾길

입력 2015-11-09 17:38
‘황교안 내각’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냈거나 낼 예정인 장관이 너무 많아서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후임자가 내정돼 임명 절차를 밟고 있으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도 사표를 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사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7명의 장관이 같은 시기에 정부청사를 떠나는 것은 헌정사에 전례가 없다. 내각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각을 조기에 정비해 국정공백을 최소화해야겠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인선에 여러 번 실패하면서 ‘인사 무능’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황교안 총리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정치인 출신 ‘한시 장관’이 많아 팀워크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약체 내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통상 대통령 임기 말에는 안팎으로 더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기 때문에 ‘유능한 내각’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년8개월여 동안 무엇 하나 뚜렷하게 이룬 게 없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나라경제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도무지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정권 실세라 불리는 중진 정치인을 경제사령탑에 기용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함에도 힘이 달린다. 외교안보통일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처럼 ‘찔끔 개각’을 할 것이 아니라 새 출발한다는 자세로 쇄신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행정부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황 총리의 경우 현 정부 법무부 장관에서 곧바로 옮겨왔기 때문에 참신성이 떨어진다.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2000년 이전처럼 ‘깜짝 인사’를 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를 할 필요가 있다. 그걸 위해서는 작심하고 인재 풀을 확장해야 한다. 레임덕이 올 수 있는 정권 후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충성심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측근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출신 중에서 고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차라리 소신 있는 야당 성향 인사가 낫다.

개각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맡길 것이 아니라 황 총리도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 헌법에 보장된 장관 임명제청권을 적극 행사함으로써 숨어 있는 인재를 함께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나 정책에서 대통령에게 직언직설을 하지 못하는 ‘관리형 총리’에 안주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어차피 내각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총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