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현장반장 오모씨는 지난해 11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승용차에 부딪혀 머리와 허리를 다쳤다. 그는 울산 남구의 회사 숙소에서 머물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왔다. 자전거는 공사장 현장소장인 아버지가 구입해줬다. 회사에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는 않았다. 오씨는 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오씨는 법원에서 “자전거 출근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과 판례상 출퇴근 사고가 산업재해에 해당하려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했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여지가 없는 등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박준석 판사는 오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박 판사는 “회사가 오씨의 자전거를 지급했거나 자전거가 업무에 직접적으로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씨가 꼭 자전거로 출근해야 할 이유도 부족했다고 봤다. 공사현장과 숙소의 직선거리는 616m 정도로 충분히 도보 출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오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였는데 자전거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만큼 이른 시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씨 사례처럼 출퇴근 사고의 산재 인정 폭은 좁은 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9월 일반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도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노동개혁 5개 법안 중 출퇴근 사고 관련 개정안엔 크게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자전거 출근 중 교통사고 업무상 재해 아니다”
입력 2015-11-09 19:29 수정 2015-11-10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