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최근 ‘태국이 사랑하는 브랜드에 도전하다’란 제목의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태국 내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내용이다. 네이버를 비롯해 글로벌 IT 업체들이 ‘동남아 시장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인구가 많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9일 KT경제경영연구소의 ‘2015 상반기 모바일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3.7%로 지난해 3월 40%보다 23.7% 포인트 증가했다.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 상태인 것과 달리 동남아 국가는 큰 성장 잠재력이 있는 역동적인 시장인 셈이다. 말레이시아도 1년 사이 스마트폰 보급률이 50.7%에서 70.8%로 증가했고, 베트남은 36.1%에서 54.6%로 급증했다.
네이버의 라인은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사용자가 많지 않지만 동남아에선 맹주의 위치에 있다. 라인의 태국 가입자 수는 3300만명 이상으로 일본(5800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태국 전체 인구가 약 6700만명임을 감안하면 절반이 라인을 설치한 셈이다. 실제로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기준이 되는 월간활성이용자 수(MAU)의 경우 라인 전체가 2억1100만명인데 일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4개국에서 1억3000만명 정도다.
라인은 태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접 국가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동남아는 PC가 주력이었던 인터넷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모바일 시대로 직행했기에 모바일 서비스만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모바일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젊은 연령대의 비중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동남아에서 한류 스타의 인기가 높다는 점을 착안해 한류 스타들이 1인 방송을 하는 ‘V앱’도 적극적으로 알리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도 태국을 아시아 공략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페이스북은 지난 9월 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태국에서 페이스북 사용량이 많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태국의 페이스북 월간 사용자는 3400만명이고, 글로벌 평균보다 3배나 많은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매주 화요일에 ‘2G 화요일’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내부 직원들이 이날 한 시간씩 속도가 느린 2G 통신망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 속도가 느린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도 원활하게 페이스북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개발하자는 취지다.
애플은 이달 초 베트남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28일 애플 베트남 유한 자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50억동(약 7억6000만원)이다. 이 회사는 아이폰을 비롯해 애플의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애플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3배가 뛰었다. 인도 시장보다 5배나 높은 성장세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스마트폰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생산기지로서뿐만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가치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IT 공룡들, 너도나도 “쑥쑥 크는 동남아로 가자”
입력 2015-11-09 19:20